북한, 석탄수출 막히자 ‘해삼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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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외화 수입원으로 연체동물이 급부상했다. 중국 해관(세관)이 발표한 북·중 간 무역거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체동물은 지난 6월부터 매달 석탄에 이어 수출액이 둘째로 많은 품목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북한의 대표적 수출품으로 알려진 봉제·의류나 기타 농산품보다도 연체동물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더 많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인들이 고급 식재료로 선호하는 해삼·전복·성게·오징어 등 해산물의 북한산 수입이 최근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해삼은 생물학적으로는 극피동물이지만 전 세계 세관당국이 사용하는 분류 코드에선 연체동물(HS코드 0307)로 분류된다.

품질 좋아 중국에서 고가에 팔려
전복 등 연체동물 북·중 무역 2위
대북 광물제재에 수출 다변화 전략

북·중 무역 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10월 한 달 동안 1만2000t의 연체동물을 팔아 2172만 달러(약 256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물량으로는 4배, 금액으로는 2.7배 많은 양이다. 물량(1만6000t)이 가장 많았던 지난 8월에는 2672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선 북한산 해삼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분석한다. 중국에서 워낙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돌기가 살아 있을 정도로 잘 말린 건조 해삼은 소매 가격이 1㎏당 5만 위안(약 85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북·중 간 소규모 무역에 종사하는 단둥(丹東) 거주 여성은 “북한 동해에서 나는 해삼이 품질은 좋다”며 “만약 북한이 중국인이 원하는 형태로 건조해 수출하면 훨씬 더 비싸게 팔 수 있지만 지금은 건조 기술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중국인 사업가들이 북한에 해산물 건조·가공 장비를 들여가 현지에서 생산을 시도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산 수산물 수출이 늘어난 데 대해 석탄을 포함한 광물 거래 제재에 따른 대체 상품 개발 전략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군 수산사업소를 시찰하는 동안 물고기 등을 저장한 냉동고를 보며 “마치 금괴를 무져놓은(무더기로 쌓아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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