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저호황 퇴조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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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는 올들어 물가불안이 높아지자 지난주말 서둘러 물가대책을 발표하면서 그 일환으로 「환율의 탄력적 운용」을 들고나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물가와 관련해 환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은 곧 「원화의 가속적 절상」을 의미하는 수밖에 없어 수출업계로서는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고있다.
그렇지않아도 연초이후 빠른 환율절상으로 몇차례 경영계획을 수정하는등 홍역을 치른 기업들로서는 환율절상속도뿐 아니라 절상의 한계를 어디에 잡아야할지 몰라 갈수록 기업을 꾸려나가기 힘든 국면이다.
작년에 엔고현상으로 재미를 보며 느긋해했던 수출업계는 엔고진행이 주춤해진 대신 원화의 절상가속화로 특히 대미지역수출에 큰 어려움을 걱정하고 있다.
엔고현상은 앞으로 1달러에 1백20엔까지 점치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껏 보아왔던 것과는 달리 대폭 감속될것이고 일본기업은 그사이 적응력을 키워 대외경쟁에 나설것으로 봐야한다.
원화와 달러화 둘만을 떼어놓고보면 올해 환율절상속도는 가파르다. 5월현재 1달러에 8백25원80전으로 올들어 4.1%가 절상됐고 이대로라면 올해 절상폭은 10%를 쉽게 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원화와 달러화의 관계가 이렇게 절상되고 있다고 엔화·마르크화·기타 주요국통화와도 같은 관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 85년9월 G5(선진국재무장관회의)이후 원화는 달러에 대해 7.4%가 절상되었다. 그러나 원화에 대해서는 당시 1백엔에 4백8원48전이던 것이 지금은 5백91원87전으로 44.9%(1백83원39전)가 평가절하되었고 서독마르크화·영국파운드화에도 각각 40%및 11.3%씩 떨어졌다.
미국돈에 대해서는 우리돈의 가치가 높아졌으나 다른 주요교역 상대국에 대해서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환율변동의 양면성은 수출입구조와 비교해도 대조적인 결과를 낳고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환율인상분만큼 손해를 보는 반면에 물품을 수임할 때는 원화표시가격이 그만큼 낮아져 유리해지고있다. 문제는 우리의 대미수출비중이 워낙 커서 원화의 절상은 수출에 큰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다.
한편 일본·서독등 다른지역과의 무역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 수출은 무척 유리해진반면 수입은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작년평균환율은 1달러에 8백81원42전. 올해 대미수출을 1백70억달러(예상)로 잡고 평균환율이 40원만 내린다 가정해도 단순계산으로 국내수출업계는 환율변동이 없었다면 더받게될 6천8백억원을 고스란히 손해(환차손)보게되는 폭이다.
같은 논리로 일본등 원화가 평가절하되고 있는 지역에대한 수출은 환차익을 챙겨 그만큼 이익을 기대할수 있다.
물론 환율변동에 대한 「득실」이 이것만은 아니다.
달러로 차관을 얻어다쓴 기업은 원화표시상환액이 줄어 즐거워하는가하면 엔화차관을 얻어다쓴 일부기업들은 환차손이 늘어갈수록 아우성이다.
그러나 이런 환율절상속에서도 작년이후 우리의 수출이 호조를 보여온 것은 주요경쟁상대국인 일본·대만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율절상폭이 낮아 가격경쟁력이 우위에 있을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들어서도 물가등을 감안한 한국·일본·대만의 실질환율절상폭은 각각 2.9%, 11.2%, 9.4%(한국개발연구원분석)로 우리가 가장 낮았다.
연초이후 환율절상이 가속화되고 있다지만 같은 물건이라도 우리는 이들나라보다 값싸게 팔아 수출을 늘릴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물론 원화절상이 무역수지악화와 성장둔화를 몰고오지만 기업의 생산력향상등을 통한 체질강화와 수입물가의 하락효과등 긍정적 측면도 큰점은 사실이다.
정부가 최근에 물가대책으로 환율의 탄력적 운용을 들고나온 배경도 말하자면 이처럼 환율절상을 통해 수입물가의 인하를 유도하자는 점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의 분석에 따르면 원화가 10%절상될 경우 상품수출은 8억3천만달러가 감소하는 대신 수입은 7억달러가 늘어 15억3천만달러의 무역수지적자가 느는 것으로 되어있다. 실질성장률(GDP)도 1.22%가 떨어진다.
환율절상으로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물가를 잡는 것도 좋으나 국제수지의 혹자기조가 아직 불안한터에 수출을 옥죄어서야 되겠느냐는 반문이 커지는것도 이때문이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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