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축구장 인근 폭탄 테러, 경찰 30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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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0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베식타스 축구경기장 앞에 경찰들이 출동해 테러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날 테러로 최소 38명이 숨졌다. [로이터=뉴스1]

10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베식타스 축구경기장 앞에 경찰들이 출동해 테러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날 테러로 최소 38명이 숨졌다. [로이터=뉴스1]

10일(현지시간)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차량·자살 폭탄 테러가 거의 동시에 발생해 최소 38명이 사망하고 155명이 다쳤다고 터키 정부가 밝혔다.

에르도안 장기집권 개헌안 나온 날
폭탄 실은 차, 경찰버스 향해 돌진
“쿠르드 분리주의 단체 소행인 듯”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30분쯤 터키 이스탄불 축구팀 베식타스의 홈경기장 밖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45초 뒤 경기장 인근 마카 공원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쉴레이만 소일루 터키 내무장관은 “조사 결과 폭탄을 실은 차량이 경기장 밖에 있던 특별기동대 경찰 버스를 향해 돌진했다”며 “경찰을 노린 테러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망자 38명 중 30명이 경찰이었다. 테러가 터키 축구 상위팀인 베식타스와 부르사스포르의 경기가 끝나고 2시간이 지난 시간에 벌어진 점을 보더라도 민간인보다 경찰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경기장 앞에서 테러를 목격한 오메르 일마즈는 “지옥을 보는 것 같이 끔찍했다”고 말했다. 테러 당시 이스탄불을 방문 중이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1일 성명에서 “테러는 우리 보안군과 시민을 노린 공격”고 비난했다.

테러 배후로는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이 거론되고 있다. 터키에선 올 들어 이들 무장조직이 번갈아 가며 대량 살상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과 8월 IS의 자살 폭탄 테러로 각각 41명, 30명이 숨졌다. 지난 3월엔 수도 앙카라에서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의 차량 폭탄 테러를 자행해 37명이 목숨을 잃었다. BBC는 “이날 발생한 테러는 올 들어 6번째 대형 테러”라며 “터키가 점점 위험한 지역이 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는 시리아에서 미국의 IS 격퇴전을 지원해 IS의 반발을 사고 있다. 터키 남동부가 거점인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들은 1970년대부터 터키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은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의 소행에 무게를 뒀다. 신문은 “지난 7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정국 혼란을 틈타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의 테러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분리 독립을 관철하기 위해 터키 군경을 공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속한 정의개발당(AKP)이 터키의 권력 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1회 더 중임할 수 있다. 개헌안이 내년 초 확정되면 에르도안은 최대 2029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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