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 물건너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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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한·일·중 정상회의와 관련, 연내 개최가 무산될 가능성을 정부가 처음으로 언급했다.

“19~20일 열자” 일본 제안에 중국 침묵
일정상 이때 놓치면 사실상 불가능
최순실 사태로 첫 외교 차질 빚을 듯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의장국인 일본을 중심으로 일정을 협의 중에 있지만, 아직 일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일정이 연내에 확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그간 조 대변인은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 “일정이 확정되면 우리 정상이 참석할 것”이라고 답변해 왔다. 탄핵 추진 국면이 가시화한 뒤에도 “지금으로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했다.

한국의 3국 정상회의 불참이 현실화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외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첫 사례가 된다. 중국과 일본의 사정도 한국의 국내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 측은 지난달 3국 정상회의를 12월 19~20일 개최하자고 제안했고, 한국 측은 참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가부 여부에 대해 일본에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의제 조율을 위한 부국장급 협의부터 먼저 열자는 일본의 제안에도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외교가 소식통은 “일본이 제안한 날짜 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일이 있고, 이후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가 예정돼 있다. 이 시점을 놓치면 연내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곧 3국 정상회의를 준비하기엔 물리적으로 역부족인 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다음주쯤 3국 정상회의 연기를 발표하는 수순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역시 연내 개최 무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중국 측이 일본이 제안한 날짜에 관심이 없다는 징후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브리핑에선 아예 한·일·중 정상회의 관련 질문이 나오지도 않았다. 지난달 이후 스가 장관 브리핑에서 3국 정상회의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 나왔던 것과는 비교된다. 스가 장관은 질문이 나올 때마다 “3국 정상회의 추진은 변함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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