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유감|손춘인<동화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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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인구에 회자되는 소월의 시다. 소월이 아니라도 이름을 대면 당장에 알만한 우리나라 현대시의 초창기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자취를 남긴 시인 ㅈ의 첫 시집에도 <해바라기를 심자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와 같은 시(동요·동시)가 여러편 들어있다.
어느 나라의, 혹은 누구의 영향으로 ㅈ시인이 그런시들을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가 그 작품들을 그의 첫 시집 속에 엄연히 수록해 놓은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아닌게 아니라 참으로 큰 시인이라면 까막눈이 아닌 다음에야 어른은 물론 어린이도 함께 애송하고 감상할 수 있는 시집 한권쯤은 남겨놓아야 하지 않을까.
시뿐만이 아니라 동화나 소설쪽도 마찬가지다. 명색이 작가라면 수염난 어른들만 상대할 것이 아니라 꽃봉오리나 새싹같은 어린이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줄 수 있는 동화나 소설도 한 두편은 내세울 수가 있어야 하리라.
그러나 어쩐 까닭인지 우리나라의 내노라하는 시인·소설가들은 아동문학 (어린이를 위한 문학) 이라면 흔히 코웃음을 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얼마나 봉건적·반지성적 사고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알 길이 없으나 어린이 하면 으례 유치한 존재로 착각한 나머지 아동문학은 아예 논의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놀라운 것은 그러면서도 그들은 언필칭 아동문학의 질적수준 운운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전혀 애정도 관심도 없으면서 말이다. 도대체 어찌된 현상일까?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태어나고 자라나는 어린이가 있으므로 나라와 민속은 내일을 꿈꾼다. 어린이에게 어찌 아이스크림과 교과서만 주랴. 두고두고 읽고 외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시와 동화로 풍성한 생활이 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기꺼이 아동문학에 동참하는 길이 있을 따름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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