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정치의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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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임시국회가 열렸다.
오랜만의 국회개원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기대보다는 무겁고 착잡하기만 하다.
격렬한 정치공방이 예상될 뿐 국회운영이 순탄하게 물릴 조짐은 어디에도 없다.
이 같은 우려는 정부·여당이 「4·13」조치를 통해 개헌논의를 유보시킨데 맞서 1일 발족한 민주당은 개헌정국으로의 복귀를 당면 최대의 목표로 설정한데서 비롯된다.
민주당은 「4·13」과 창당폭력 및 범양상선 사건을 집중 추궁한다는 원내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신생 야당이 강경투쟁노선을 고수할 경우엔 강경대응한다는 방침을 더욱 굳히고 있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처음으로 4당체제가 등장함에 따라 정국운영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는 있지만 제 3당이 될 신민당이나 제4당인국민당이 「완충역」이나 중재자의 구실을 할 수 있을것 같지는 않다.
개회도 되기 전부터 집권당은 민주당이 내건 정강정책과 김영삼총재의 취임사에 담긴 내용을 문제삼아 4개항의 공개질문을 내고 신당은 이를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하는 것을 보면 임시국회가 어떤 파낭에 휩쓸릴지, 예정된 회기나마 무사히 치를지 걱정이다.
그 동안의 대화단절이 이처럼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여당쪽에 개헌논의를 유보시킨 이유가 있다면 야당에는 그것이 얼마나 부당하며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것이냐를 입증할 논리는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 건 분명한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나 논리만으로 현재의 난국을 수습하고 풀어 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여당은 「4·13조치」가 개헌논의유보에 그치지 않고 88년의 두 행사가 끝날 때까지는 거론조차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거기에 반대하는 것 자체가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종교계·학계·문화계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4·13조치」에 대한 반발을 물리적으로 막고 정부·여당이 마련한 정치일정을 밀고 나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는 여야의 강경대치가 예측할 수 없는 극한상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부·여당이 두 김씨의 의도라고 주장하고있는 민중혁명방식의 「변화」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여망이다.
정국을 푸는 길은 결국 순리밖에 없다. 순리란 의회정치의 틀 속에서 모든 문제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풀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가 상대방과 무릎을 맞대고 얘기조차 할 수 없다고 여긴다면 국회는 정치의 장으로서 의미를 잃고 만다. 대화조차 못하겠다고 상대방을 사갈시하고 매도만하면서 어찌 국민의 수임을 받은 정당의 구실을 다한다고 하겠는가.
초미의 쟁점인 개헌문제만해도 그것이 단순히 여야간의 이해나 당리당략만이 걸린 문제만은 아니다.
민주화와 개헌이 국민적 합의며 대세임이 확인된 이상 어떤 형식으로건 이에 대한 논의는 재개하는 길을 터주는 것이 참다운 정치안정을 기약하는 길일 것이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려면 무엇보다 여야가 서로 한발짝씩 양보하는 아량이 요구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하는 자세만이 지금같은 어려운 국면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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