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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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직장여성들은 어떤 경우에 우는가. 일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공사와 뜻이 맞지 않을때.
이것은 틀린 대답이다.
엊그제 온 헤럴드 트리뷴지 (국제판) 는 『세계의 경영자』라는 칼럼에서 직장여성의 눈물을 분석하는, 재미있는 테마를 다루었다. 밴더빌트대학(테네시주) 의 「K·V·후버-뎀프시」라는 심리학교수가 발간한 『직장여성의 눈물과 울음』이라는 신저를 화제로 삼았다.
이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여성의 80%가 직장에서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다. 20%의 직장여성은 1년에 10번이상 운다는 응답도 했다.
참고로 남자의 경우는 50%가 직장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여직원이 울면 주위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가. 심리학자도 「깜짝 놀란 사실」은 여자나 남자 대부분이 토닥거려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쌀쌀맞은 남자는 불과 3%. 이들은 여직원이 우는 것을 보면 되레 화를 낸다. 6%의 남자 사원들은 어자어자하고 여자의 말을 들어준다.
그러나 많은 경우는 여직원이 울면 남자들은 어쩔줄 모른다. 청을 들어주거나 어르면 울음을 그치는 아이들과는 다르다. 미국의 직장 남자들은 우는 여직원에게 휴지를 집어 주기도 하고, 어깨를 두드리는등 허둥댄다.
이럴때 심리학자의 결론은 간단하다. 『울게 내버려 두라. 울음은 힘이다. 약점이 아니다. 여자가 우는 것은 보통이다. 여자가 직장에서 우는 것은 상사의 보살핌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 우는 여자는 그의 상사나 동료에게 그를 화나게 만든 일이 무엇인가를 알리려는 뜻이 있다.』
직장여성이 왜 우는가의 대답은 이제 더 찾을 필요가 없다. 「후버-뎀프시」는 한마디로 「앵그리」, 분노라고 말한다.
무엇에서 비롯된 분노인가. 역시 심리학자의 말이다.
『직장 여성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라고 그들도 무언가 주장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화를 참지 못해 운다』
이런 얘기들을 놓고 우리는 남의 나라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여성 취업인구가 전체 취업자의 40%나 된다. 물론 여성 취업인구가 50%도 넘는 미국보다는 못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도 그 비율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는 우는 여성을 흉보고 손가락질 하기보다 그들의 말에도 귀 기울이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산업사회의 모럴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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