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曺9단, 지는 코스를 거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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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1국
[제7보 (107~124)]
白.李昌鎬 9단 | 黑.曺薰鉉 9단

서로 배를 맞댄 백△와 흑▲가 일촉즉발의 모습이다. 백은 돌파를 결행할 것인가. 李9단은 결단을 미룬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고 曺9단은 올테면 오라며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 화약고를 뒤로 한 채 우선은 107부터 의미심장한 절충이 벌어지고 있다. 109의 맥점이 발단이었다.

처음엔 전쟁 중에 벌어지는 파티처럼 승부와는 무관한 작은 변화거니 싶었는데 막상 117로 툭 끊어지자 백의 피해가 자못 심각하다.

"그런데 맛이 나빠요"라고 한 사람은 여성최강자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 전투의 달인답게 벌써 사나운 변화가 몰아치리라는 예감을 하고있다.

보복에 나선 백의 다음수는 물론 118로 젖히는 한 수다. 그러나 李9단은 오래도록 이 수를 두지 않고 망설이고 있었고 검토실이 드디어 온몸을 비틀며 기지개를 켤 무렵 118이 슬그머니 놓였다.

118에 대해 '참고도1'처럼 마구 잡으러가는 것은 8의 절단에 이은 10의 한칸 뛰기로 파탄을 맞게 된다. 그렇다면 흑의 최선은 무엇일까.

'참고도2' 흑1로 물러서는 것은 일단 당연해 보이는데 그때 백2로 두면 흑3의 연결이 필요하다. 여기서 4,6으로 좌상을 정리하면 판 위의 어려운 문제는 다 해결된 셈인데 그때 계산은 어찌되는 것일까.

"덤을 낼 수 없어요"라고 루이9단이 말한다. 曺9단도 그걸 의식한 듯 119로 끊은 다음 120쪽의 돌파를 허용하는 새 변화를 일으켰고 결국 바둑은 124까지 정처없이 흘러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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