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개헌 외치는 분들 꿈 깨라 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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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대전시 충남대 인근 커피숍에서 대학생들과 시국 대화의 시간을 갖고 “현재는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개헌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대전시 충남대 인근 커피숍에서 대학생들과 시국 대화의 시간을 갖고 “현재는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개헌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 “염치없는 일”이라며 “개헌을 주장하는 분들에게 ‘꿈 깨’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28일 대전시당 회의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농단에 큰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 인사가 개헌과 집권 연장을 꾀하고 나섰다. 개헌은 일부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논의할 일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무성 개헌론 겨냥 “염치없는 일”
김부겸·손학규는 개헌 필요성 강조
박지원, 김무성 연대 제스처 거부

문 전 대표가 이날 표면적으로 겨냥한 대상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연일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탄핵과 관계없이 여야가 합의한 개헌특위 구성을 빨리 해야 한다”며 “제왕적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은 개헌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새누리당 사람들이 헌법 파괴에는 책임질 생각을 하지 않고 개헌이니 정계 개편이니 하면서 집권 연장을 획책하는 것은 국민들이 도저히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비판은 야권 내부 비문(非文) 진영과 새누리당 비박(非朴) 진영이 개헌을 고리로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비문 진영도 문 전 대표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김부겸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개헌은 특정인이 ‘된다’ ‘만다’ 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개헌 시기에 대해선 “탄핵과 동시 추진은 말이 안 된다”며 “헌재에서 탄핵안을 결정하는 시기에 개헌을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의 패권을 쥔 정치 세력이 개헌을 정략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 이대로 가자는 자들이야말로 권력에 눈이 먼 정략집단”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어 “그들은 어떻게 구체제를 청산하고 신체제를 만들지에는 관심이 없고 국민이 만든 절호의 기회를 집권에 이용하고자 할 뿐”이라며 “야당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총리를 합의 추천해 과도정부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박은 완전히 개헌으로 뭉쳐 있고, 박 대통령과 친박도 개헌을 한다고 약속한 상황”이라며 “개헌이 향후 친박과 비박이 분열하지 않고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가 “국민의당은 진보좌파라고 볼 수 없다”며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데 대해서도 “그런 움직임은 티끌만치도 없다. 지금 어떤 세력과 비공식적으로 흥정해 (연대) 하는 건 새 정치에 어긋난다. 그런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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