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를 통해 본 한국적 정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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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 나라에 서양화 양식이 도입된 시기를 1910연대로 보면 우리 서양화의 역사도 줄잡아 70년을 상회하는 셈이다. 7O년의 역사면 그 나름의 양식화라든지, 토착화가 운위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렀고 여기에 대한 여러 각도의 조명과 평가 작업이 당연히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근래 이 같은 자료 정비와 재평가 작업이 활발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진행되고있음은 적이 반가운 일일 뿐 아니라 시의에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6일 개막된 호암 갤러리의 「한국 인물화전」도 서양화의 역사를 인물이라는 특정한 소재주의를 통해 되돌아 보게하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회화가 모티브 위주의 현실적 소재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것의 분류 영역이 대체로 인물·정물·풍경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인물은 오랜 서양 미술의 중심적 영역으로 다루어져 왔기 때문에 우리 서양화의 도입과 전개에 있어서도 인물이 가장 빈번한 소재로서 점철되고 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 보인다.
특히 서양화 도입기와 정착기에 해당되는 30∼40년대만 하더라도 인물의 분포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서양화에서의 인물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충분히 가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서양화인 고희동의 2점의 작품이 인물인 점, 그리고 시대에 따라 중요한 작품들이 주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인물화를 통한 서양화의 전개과정을 엮어보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닐듯하다.
그러나 정작 이 전시회의 의의는 단순한 인물화를 통한 서양화의 전개 과정 추적에 있기 보다 서양화라는 양식을 통해 구현된 한국인의 이미지라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모델로서 인물이 아니라 한국인이란 특수한 인격체의 조형적 구현이라는 데서 서양화의 토착화라는 또 다른 의미를 추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 이 전시회의 참다운 의미 부여가 가능하지 않을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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