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전향 파문 일으킨 이민우|경솔한 행동 자책감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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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태릉 훈련원 이탈 프로 씨름 계약-역도 연맹 제명-씨름 협회장 사퇴 등 일련의 충격파 속에 1주일을 보낸 아시아의 역사 이민우(22). 지금 그의 심경은 착잡하고 괴로울 뿐이다.『씨름 협회장님도 사퇴하셨다고요.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하겠읍니까. 저의 경솔한 행동을 자책할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의 프로전향이 이같이 큰 파문을 일으키리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죠』
1m89cm·1백30kg의 거구 이민우는 마(마)가 낀 것 같다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한숨을 내쉰다.
『서울 아시안 게임이 끝난 후 럭키 금성서 계약금 1억원으로 씨름 전향을 권유할 때부터 제 마음이 흔들렸어요. 이보다 앞서 지난 85년 천하 장사 이만기와 좌·우 팔 씨름을 겨뤄 아주 쉽게 이겼을 때부터 씨름에 대한 매력이 커졌죠.
그 동안 대표 선수로서 긍지를 갖고 정진해온 이민우지만 엄청난 대식가로「남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 속에 살아왔다. 올 봄 한국 체대를 졸업한 뒤 그에겐 마땅한 직장이 없었다.
『현재 제 기록은 1백10kg 이상급 세계 최고 기록(4백67·5kg) 에 꼭 80kg이나 뒤지고 있어요. 내년 서울 올림픽에선 4백kg을 돌파해도 5-6위 정도가 고작이예요. 그래서 바벨에 흥미를 잃기 시작 한 거죠』
씨름계에서는 이의 씨름 선수로의 전향에 대해 상당히 기대가 그다. 이준희가 후퇴하고 이봉걸과 이만기 양 거두가 이끄는 씨름판에 이민우가 뛰어 들면 신예 황대웅과 어울려 내년 시즌부터 4파전이 펼쳐져 모래판의 열기는 더욱 뜨거우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민우의 씨름 선수로의 성공 여부에 대해▲거구와 함께 엄청난 파워▲1백m들 13초에 달리는 스피드▲역도로 단련된 허리 힘▲유연성과 탄력 등은 씨름 선수의 필요 충분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부모를 모두 여읜 이민우는 현재 후암동 형의 셋집에서 머물며 3형제가 자취를 하고 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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