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민당이 가야할 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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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때 분당논까지 공공연히 거론되던 신민당의 내분은 이민우총재와 김영삼고문간의 17일 회동에서 나온 4개항의 합의로 수습단계에 접어들었다.
회동후 이총재와 김고문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보기에도 흐뭇하다.
물른 이로써 신민당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한꺼번에 모두 풀린것은 아니다. 합의 사항의 문면만을 보면 서로가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 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앞으로 동교동계의 반응등 극복해야할 요인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급한 불을 일단 끈것은 어떻든 다행하다.
국민들이 신민당의 당내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것이 개헌은 물론 앞으로의 정국운영에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반보씩 양보했다는 합의사항은 『직선제가 불변의 당론』이고 『내각제에의 합의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신민당이 그동안 이전투구와 같은 내부갈등을 겪었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흔히들 그것을 노선갈등이라고 일컬어왔다.
민주정당에서 노선문제를 둘러싼 이견이나 갈등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일사불란」 이 민주정당의 참모습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번 신민당의 내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한 노선문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던것 같다. 적어도 국민들 눈에는 그렇게 비치고 있다.
직선제가 불변의 당론이라면서, 내각제 수용의사는 없다면서, 분당까지 운위될만큼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면 그것은 당권을 둘러싼 감정싸움이면 싸움이었지 노선갈등으로 비쳐질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신민당은 그동안 국민들을 실망시킨 점에 대한 뼈를 깎는 자기성찰부터 해야한다. 국민들이 한결같이 야당의 단합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특정정당이나 특정인들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제구실을 해야 이 나라의 정치가 제자리를 찾고 야당의 견제기능을 통해 이땅의 민주화도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두말할것도 없이 앞으로의 정치일정은 급박하다. 어떤 형태로건 개헌작업은 꼭 이룩해서 88년의 정권교체에 대비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야당의 체제정비다. 야당의 체제가 정돈이 되지 않는한 개헌정국은 한발짝도 진전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당권문제는 앞으로 상당한 곡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른바 실세의 등장으로 마무리되어지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동안 개헌정국의 표류를 거듭해온 이유가운데 하나가 실세를 쥔 족이 집권당과의 공식대화 상대가 되지못한데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개헌의 타결이 시급하면 할수록, 신민당의 전당대회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지금은 어느 특정인의 체면치레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을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집권당의 입장에서도 그점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야당의 분열이나 당론의 불협화음이 장기적으로는 여당에도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거듭 지적하지만 앞으로 여야협상은 신민당을 명실공히 대표하는 세력과의 담판을 통해서라야만 실질적인 진척을 이룩할 수 있다. 물론 합의란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결과를 예단해서 비관할것은 없다. 어차피 그 과정은 한번은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정도에 따라 정국을 푸는 일이다. 정치의 정도만이 난국을 풀수 있는 유일무이한 열쇠임을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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