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나의 힘] 4. 올림픽 축구대표 최태욱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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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드 축구팬들은 1970년대 그라운드를 휘저었던 이영무(50.현재 할렐루야 축구단 감독)씨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1m65㎝ 단신이었던 그는 골을 넣으면 항상 잔디밭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그에게 축구는 기독교와 일심동체였다.

프로축구단 안양LG의 최태욱(22.사진). 지난달 23일 한.일 평가전에서 대표알 같은 첫골을 터뜨렸던 그는 축구 대선배인 이감독을 종종 만난다. 1백m를 11초에 주파하는 날쌘돌이 최태욱은 선배로부터 크게 두가지를 배웠다.

"첫째, 노력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나님 앞에선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둘째,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제 키(1m73㎝)도 이감독님처럼 선수치곤 작은 편이거든요. 하지만 그게 절대 핸디캡이 될 순 없죠."

최선수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번졌다. 청소년 대표.올림픽 대표.월드컵 대표를 계단 밟듯 올라온 그의 최종 목표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진출이다. 지금처럼 열심히 뛰면 이루어질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축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 소외된 계층과 즐거움을 함께하고 싶어요. 제가 받은 은혜를 돌려주는 거죠. 축구를 한다면 언제까지 하겠습니까. 30대 중반이 넘으면 은퇴해야 하잖아요. 그때 가선 봉사활동을 할 겁니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교회에도 헌신하고…."

그가 기독교를 만난 건 고2 때다. 그를 가깝게 따르던 축구부 후배의 부친이 목사였던 것. 워낙 착하고 성실했던 후배에 감화받아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지금은 대표팀 선배들이 농담 삼아 '최목사'로 부를 만 큼 독실한 크리스천이 됐다. 예배와 성경 공부를 빠뜨리지 않는다.

"축구만 알았다면 매우 허무했을 겁니다. 예컨대 지난해 월드컵 개막 직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벤치를 지켜야 했잖아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황금 같은 찬스에 제대로 뛰지도 못했으니 속이 얼마나 쓰렸겠어요. 혼자 힘으론 절대 이겨낼 수 없었을 겁니다. 절 지켜주는 분이 있다는 점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성숙해진 계기가 됐어요."

축구 대표팀엔 이영표.송종국.이천수 등 크리스천이 많다. 최선수는 그들과 함께 뛰고 함께 기도하면 믿음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격렬한 운동일수록 마음의 안정이 비타민이 되는 모양이다. 그는 축구를 '자신의 만족'이 아닌 '기쁨의 나눔'이라고 표현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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