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잃은 청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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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에도 이 집에서 안사람이 몇번 가스를 마신 적이 있어요. 집주인에게 아궁이 좀 고쳐달라고 그렇게 얘길 해도 들어주지 않아 다음주에 방을 옮길 작정이었는데 그만…』
눈물도 말랐다. 넋 나간 사람처럼 시선을 허공에 둔 채 담배 연기와 함께 한마디씩 토막토막 내뱉는 넋두리.
청소원 임헌춘씨 (40). 서울 상계동 410 H연립 주택 지하실의 3평짜리 단칸방에서 7세, 4세의 두 아들 등 네 식구가 살던 임씨는 이날 새벽 청소 일을 나간 새 방에 스며든 연탄가스로 두 아들을 잃었다.
『혼자 일을 가야 하는 건데 그놈의 연탄재 때문에…. 겨울에는 연탄재가 많아 혼자서는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요.
소주병이 여기저기 널린 방, 연탄가스 냄새가 아직도 코를 찌른다.
너무 많이 쏟아지는 연탄재 때문에 부인 이정례씨 (36)까지 남편을 따라 일을 나선 것은 5일 상오 2시30분쯤. 비탈길 골목골목을 부부가 끌고 밀며 쓰레기를 치우다 이씨만 아침밥을 짓기 위해 먼저 집으로 돌아온 것은 상오 6시. 무심코 방문을 열었던 이씨는 이미 숨진 두 어린 자식의 모습에 그만 실신하고 말았다.
『다 팔자 소관이지…』
담배를 비벼 끄는 임씨는 다시 소주잔을 채운다.
방 웃목엔 하루 전 상계 국민학교에 입학했던 아들의 주인 잃은 새 책가방.
거리의 연탄재를 치우다 지하실 단칸방의 연탄가스에 두 아들을 잃은 청소원의 슬픔에 가난한 이웃의 위로의 손길은 있어도 이들을 정작 도와주어야 할 당국의 발걸음은 뜸해 안쓰러웠다. <고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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