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 본 아이칸 ‘증시 트럼프 랠리’ 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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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아이칸

칼 아이칸

미국 증시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 탓일까. 세계적인 투자자이자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80)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이 최근 트럼프 정책 기대감에 증시가 오르는 ‘트럼프 랠리’가 과도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당선 직후 선물 투자해 거액 챙겨
‘최근 증시 상승세는 과도’ 진단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 글로벌 투자전망 서밋에 참석한 아이칸 회장은 “이렇게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보유분을) 조금은 덜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칸은 트럼프 당선 축하 파티에서 조용히 사라진 뒤 9일 새벽 뉴욕 증시 개장 전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를 선물에 투자했다. 간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소식에 S&P500 지수 선물은 낙폭 하한선인 5%까지 떨어졌고 다우지수 선물은 80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트럼프 당선 충격에서 벗어나며 일제히 1%대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아이칸은 이 10억 달러 베팅으로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칸은 “(트럼프 랠리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인물(consensus builder)’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미국 경제의 스태그네이션(경기침체)을 걷어낼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아이칸은 트럼프가 “최고의 재무장관감”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아이칸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 파일이 공개되고도 지지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정도로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다.

지난 8일 대통령 선거 이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세다. 대형 정보기술(IT) 주식 위주의 나스닥은 대선 이후 16일까지 1.94% 가량 올랐다.

다우지수는 대선 이후 지난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올들어 16일까지 다우지수의 연간 상승률(8.6%)이 S&P500(6.68%)과 나스닥(5.84%)을 웃도는 것은 지난 1996년, 2006년 이후 처음이다. 퍼스트스탠더드파이낸셜은 “금융·산업 부문의 비중이 큰 다우지수의 상승세는 분명한 트럼프 랠리”라며 “트럼프가 고성장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다우지수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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