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이트에서 현금 23억 받은 스님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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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거액의 현금과 외제차까지 받아 챙긴 스님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도박사이트 운영자 박모(35)씨 등에게 23억원과 외제차 등을 받은 혐의(범죄수익 은닉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대구의 한 사찰 스님 김모(58)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찰 장례업 운영권”“기부금” 엇갈려
“수사 알아봐 주겠다” 포르셰도 챙겨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4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도박사이트 총책 박씨와 자금관리책 최모(36)씨에게 사찰 내 사업 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총 8차례에 걸쳐 현금 23억원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경찰의 수사 상황을 알아봐 주겠다”며 1억7000만원 상당의 포르셰 차량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 등 박씨의 외제차 2대를 사찰 명의로 대신 계약해준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 등이 운영한 도박사이트는 확인된 판돈 규모만 1조3000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박씨 일당을 검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박씨 측은 경찰 조사에서 “사찰 내 장례사업 운영권을 받는 대가로 김씨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박씨가 준 돈은 사찰에 낸 기부금”이라고 해명했다. ‘사찰이 발급한 영수증’이라며 기부금 영수증도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제출한 영수증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발급한 위조 영수증인 것을 확인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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