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선 사회부기자|"내년에 고치면 어떠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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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반계에서는 내신반영 비율을 낮추면서 예·체능계만 이를 오히려 높이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문교부 관리들은 어디다 정신을 빠뜨려 놓고있는 것 아닙니까.』
『예·체능계의 경우 일반과목 성적으로 결정되는 내신보다 특정분야 재능이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모르면 맡겨나 줄 것이지 붙잡고 엉뚱한 규정이나 만들어 대학의 적격자선발기능을 망쳐놓고 예·체능교육까지 막아서야 되겠습니까. 왜 지금은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한다는 것입니까.』
88학년도 예·체능계 대입에서 내신 총점이 학력고사 총점의 1.5배까지 상향조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문교부 질타가 끊이지 않는다. 『더구나 일반고교에서는 예·체능계 독립운영을 89년 이후로 미뤄놓고 학력고사에 계열을 신설, 음악·미술·체육시험을 치르면서 내신을 오히려 높이는게 합리적이라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읍니까.
문교부는 대답을 못한 채 『공부 잘하면 다 들어갑니다. 신문사에 물어보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화를 내는 학부모도 많았다.
『해당분야의 재능만을 갈고 닦던 어린 학생들이 내일 모레시험을 앞둔 때에 잘못하면 1백점(1등급과 15등급)까지 차이가 나도록 내신 반영률을 조정하는 법이 어디 있읍니까』
예·체능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내신성적 30% 반영」만을 고집한 문교부의 경직된 행정과 잘못을 깔고 뭉개는 폐단이 빚은 여파는 크다.
문제는 이런 모순을 뒤늦게 발견한 문교부가 서울대 등의 시정건의를 받고도 「올해는 어떻게든 그대로 시행해보자」는 태도다.
내신반영비율을 지난해처럼 학력고사·내신성적 합쳐 1백%로 하고 실기성적은 이들 두 점수 합계를 넘지않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둔다든지, 너무 커진 내신등급간 점수차를 인위적으로 줄여 2.5점을 넘지않도록 한다든지 하는 조항을 만들어 시정할 수도 있다.
또 입시요강이 이제 발표됐으므로 빨리 예·체능계 내신성적 모순을 바로잡는다면 달리 문제될 것도 없다.
문교부가 『이미 늦어 그대로 시행할 수밖에 없다』 는 것은 행정의 무사안일을 반영한 것이며 수험생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횡포로 볼수밖에 없다. 재능있는 사람이 내신 때문에 희생당하는 사태를 보고도 팔장만 끼고 있는 문교부 태도가 학부모들의 분노를 사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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