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야” 52%로 줄어…“부모와 같이 산다” 30% 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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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2016년 한국 사회상

‘한 지붕 아래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녀까지’.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15일 ‘2016년 사회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보여준 현실은 달랐다. 한국인 10명 가운데 4~5명은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는 3분의 1도 안 됐다.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 부모와 자녀만 함께 있는 핵가족 시대를 지나 ‘탈(脫) 가족’ 시대로 가고 있다.

※단위:%. 2016년 5~6월 만 13세 이상 3만8600명, 표본 2만5233가구 조사 자료:통계청

※단위:%. 2016년 5~6월 만 13세 이상 3만8600명, 표본 2만5233가구 조사 자료:통계청

통계청은 5월 18일부터 6월 2일까지 만 13세 이상 3만8600명, 2만5233가구를 표본으로 선정해 설문조사를 했다. 2년 주기로 하는 조사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올해 51.9%였다.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응답률은 2010년 64.7%에서 2012년 62.7%, 2014년 56.8%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 찬성” 48%
10가구 중 2가구가 기러기 가족
가사 분담, 생각은 54% 실행은 18%
음주 65%로 늘고 흡연 21%로 줄어

대신 올해 조사에서 13세 이상 가운데 48%가 결혼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사는 동거에 찬성했다. 응답 비율은 2010년 40.5%, 2012년 45.9%, 2014년 46.6%로 높아지는 추세다. 경제난이 불러온 삼포 시대(연애·결혼·출산 포기)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윤연옥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여성의 학력·경제력이 높아지고, 가족·자녀보다는 자신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강해지면서 이런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위:%. 2016년 5~6월 만 13세 이상 3만8600명, 표본 2만5233가구 조사 자료:통계청

※단위:%. 2016년 5~6월 만 13세 이상 3만8600명, 표본 2만5233가구 조사 자료:통계청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여자(47.5%)보다 남자(56.3%)에게서 높게 나왔다. 가사 분담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다.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부는 53.5%로 2014년 조사 때(47.5%)보다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남편이 가사를 실제로 똑같이 부담하고 있다고 답한 부부는 2014년 16.4%에서 올해 17.8%로 더디게 늘고 있다.

13세 이상 중 ‘부모와 자녀가 같이 산다’고 대답한 사람은 올해 29.2%에 그쳤다. 통계청이 사회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내려갔다.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도 올해 30.8%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45.5%가 가족과 정부·사회 공동 책임으로 돌렸다. 부양은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답도 18.6%를 차지했다.

※단위:%. 2016년 5~6월 만 13세 이상 3만8600명, 표본 2만5233가구 조사 자료:통계청

※단위:%. 2016년 5~6월 만 13세 이상 3만8600명, 표본 2만5233가구 조사 자료:통계청

직장이나 학업 때문에 가족이 흩어져 사는 ‘기러기족’도 늘었다. 올해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배우자, 미혼 자녀가 떨어져 살고 있는 가구는 19.4%였다. 기러기 가족이 된 이유 대부분은 직장(63.1%)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내와 남편이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단위:%. 2016년 5~6월 만 13세 이상 3만8600명, 표본 2만5233가구 조사 자료:통계청

※단위:%. 2016년 5~6월 만 13세 이상 3만8600명, 표본 2만5233가구 조사 자료:통계청

올해 조사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45.5%를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던 2014년(50.9%)보다는 덜했지만 한국인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불안을 호소했다. 불안하다고 느끼는 까닭 1위는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2014년엔 인재(人災·21%)였지만 올해는 범죄(29.7%)였다.

팍팍한 삶을 술로 푸는 사람은 늘었다. 올해 만 19세 인구 가운데 65.4%가 술을 마신다고 했다. 2년 전(64.6%)에 비해 음주자가 증가했다. 반면 흡연자는 이 기간 22.7%에서 20.8%로 줄었다. 담뱃값 인상(2015년 1월) 영향이 컸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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