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못생긴 미녀』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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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극 『못생긴 미녀』 (박재서작·무세중연출·3월9일까지 바탕골 소극장)의 주인공은 참으로 불행한 여인, 과부 「오주선」 이다.
막이 열리면 「오주선」의 남편이 음모에 걸려 죽었음이 잘막하게 알려지고 곧 과부가 된「오주선」과 그녀의 시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들은 남편이자 자식이 남기고 간 땅 3천평에 집을 짓고 살자고 다짐한다.
그때 유혹자가 나타난다. 「오주선」의 고모라고 자칭하는 유혹자는「오주선」을 돈과 남자로 타락시킨다. 환락과 부도덕에 빠져 유혹자의 노예가 되어버린「오주선」은 결국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를 애를 낳고 파탄에 이르며 과부며느리를 지키려던 시아버지는 집에서 쫓겨난다.
유혹자인 고모는 「오주선」을 타락시키고 시아버지를 쫓아냄으로써 그들의 땅을 차지하려고 한다.
『못생긴 미녀』 는 이러한 줄거리를 갖고 있지만 고도의 상황상징극으로 만들어져 있다.
힘과 술수로 남의 땅 (생존의 터전) 을 빼앗으려는 유혹자, 그 유혹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참담한 자기각성에 이르게 되는 「오주선」, 땅으로 상징되는「자신」을 잃지말자고 며느리와 스스로에게 다짐하나 결국 힘과 술수에 의해 모든것을 잃게되는 시아버지등 등장인물들은 극중의 인물이 아닌 상징적 존재들이다.
이러한 상징들은 연출가 무세중씨가 말하는바 현대의 민속극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양반에 의해 농락당하는 각시, 양반을 비난하는 취바리등의 구조로 엮어져 있는 민속극의 틀을
현대연극속에 적용해보는 것이 되기도한다.
그러나 이 연극에서 관객이 느끼게 되는 상징은「오주선」, 「땅 3천평」등에서 짐작할수 있는 것처럼 외세에 의해 농락당한 「우리의 모습」 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시아버지는 하나의 희망이다.
기막힌 「민족현실」 속에서 항상 좌절하지 않으려고 했던 「민족이상」 을 상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못생긴 미녀』 는 멀리서 들려오는 시아버지의 약하지만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끝난다.
『아가야, 그래도 우리는 이 땅위에 집을 지어야한다.』
연출가 무세중씨는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상징적 표현을 외해 철저히 규제하는 노력을 보여 주었다. <임제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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