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의 낙후성 보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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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원 12명이 5일 하오 명동입구 가두에서 박종철군 추도희 동참을 호소하는 전단을 배포했고 6일 하오엔 전소속의원이 10개조로 나뉘어 길거리로 나설 참이다.
명동입구에서 의원들은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눠주며 『추도식에 참석합시다』『검은 리번을 답시다』하고 외치기도 했다.
30여분에 걸쳐 준비해 간 전단을 모두 돌리고 난 의원들은 경찰이 미처 손을 쓰기 전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던 자신들의 잽싼 행동에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철수했다.
야당의원들의 가두 전단배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번 신민당 서울대회 전날에도 의원들이 나섰고 개헌추진대회·서명운동 당시에도 의원들은 유인물을 들고 거리에 나섰었다. 이처럼 갖다 보니 의원들의 가두전단배포가 큰 뉴스가 되거나 신기한 일도 못되고『또 그런 일이 있었구나』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국회의원의 정치활동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서야 되겠느냐 하는 새삼스런 회의와 함께 우리 정치의 낙후성 또는 왜곡성의 적나라한 단면이 아닌가하는 일종의 서글픔도 느껴지는 현상이다.
행인에게 전단을 돌리고 『동참합시다』고 외치는 일은 일반당원이나 비서 또는 당사무처요원이 해도 충분한 일이다. 그런데도 전단 돌리기에 의원이 직접 나서는 것은 이런 사리를 의원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특수신분인 의원이 나서지 않으면 당국에 의해 쉽게 저지·압수되거나 자칫 즉심에 돌려질 우려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의원이 그런 일에 나섬으로써 얻게되는 선전효과도 생각했음직 하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전단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의원을 나무랄 수도 없거니와 본인들이 의기양양해 하는 것처럼 용기있는 행위로 평가받을 측면도 없지 않다고도 여겨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의원은 역시 의원다운 일을 하는 것이 정도이며, 이런 의원 답지 않은 일에 의원을 나서게 만드는 우리 정치의 원인과 환경을 제거하고 개선하는게 진정의원들이 해야할 일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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