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없이 대학4년 보낼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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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학부모 여러분께서는 자녀가 현실에 민감하고 비판의식이 강하면 일단 운동권의 맹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셔야 됩니다』
23일 하오 서울대 사회대 신입생들의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고 있는 문화관 대강당.
1천여명의 학부모·신입생들이 학생담당 학장보의 학원문제 설명을 듣고 있다.
박종철군 사건으로 더욱 불안해진 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신입생보다 더 많은 숫자의 학부모들. 미동도 않은채 얘기를 귀담아 듣는다.
자녀가 서울대에 합격한 기쁨이 이제는 자식이 「시위l번지」에서 4년동안 무사히 공부를 마칠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바뀐듯한 표정들이 밝지만은 않아보였다.
『분실자살한 학생도 있고, 고문치사에 연루된 학생도 있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야하는 불안한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지난 한햇동안 학원소요와 관련, 구속된 서울대생은 5백명이 훨씬 넘었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수 없읍니다』
설명이 계속될수록 학부모들의 표정은 더욱 불안스러워 보였다.
이날 상오 체육관에서 전체학생을 모아 실시한 오리엔테이션에서도 학교측은 통일원이 발간한 『좌경』『민중민주주의 혁명론의 정체』 『북한의 대학·대학생활』 등 5권의 이념비판서적을 나눠주고 2명의 강사까지 초빙, 2시간에 걸쳐 이념교육을 실시하는등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온통 이념교육 일색.
장황한 이념교육에 지루해하는 신입생들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탈없이 대학 4년을 보낼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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