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괴담 탓 접종률 27%에 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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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세 여아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지난 6월부터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가 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됐다. 만 12~13세 여성 청소년(2003년 1월 1일~2004년 12월 31일 출생)은 가까운 보건소 또는 병·의원에서 무료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 접종률은 목표였던 90%에 크게 못 미친다.

백신 이야기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접종 인원은 13만3000여 명. 접종률로 치면 27.4%밖에 안 된다. 보건당국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정확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해외 부작용 사례를 강조하는 글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일부 학부모 사이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작용 사례의 출처는 대부분 일본이다. 2013년 백신을 맞은 여성 청소년 중 일부가 보행장애와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을 호소했다는 내용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고, ‘접종 대상자의 심리적 불안과 긴장에 의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2014년 7월). 세계보건기구(WHO)도 부작용 논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WHO 산하 국제백신안전성 자문위원회(GACVS)는 전 세계에서 수집된 이상반응 사례를 분석한 결과, 그 종류와 빈도는 다른 백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예방접종 후 접종 부위 통증, 부어오름, 발열, 피로감 같은 이상 반응이 관찰됐지만 며칠 안에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현재까지 백신은 전 세계 65개국에서 2억 건 이상 접종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말고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도입한 미국·캐나다·호주·영국 등에선 이런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다. 우리와 비슷하게 12~13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호주·영국에선 접종률이 각각 86%, 91%를 기록했다.

2003년생 여아 무료 접종 혜택 ‘올해까지’

백신 부작용 괴담으로 접종 시기를 놓치면 예방 효과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성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되므로, 그 전에 맞아야 효과가 크다. 현재 보고된 백신 예방 효과는 70% 내외.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9~14세는 2회로 충분하지만, 15세 이상은 3회를 접종해야 한다. 2003년생의 경우 올해 말까지만 무료 접종 혜택이 제공된다. 올해 안에 1차 접종을 하면 2차 접종은 내년에 해도 무료다. 1차 접종을 놓치면 30만~36만원을 내고 접종해야 한다.

림스소아청소년과의원 임현택(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원장은 “지난 6월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가 백신으로 처음 도입될 때보다 일반인 사이에서 거부감이 크게 늘었다. 일부 비전문가가 근거 없이 부작용 괴담을 퍼뜨린 결과로 보이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건강을 무책임하게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궁경부암으로 국내에서 매년 3300명이 새로 진단받고 900명이 사망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전 세계 보건당국이 예방 효과와 안전성을 여러 차례 증명했다. 현명한 부모라면 딸아이의 접종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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