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재단 “75억원 내라”…롯데 “너무 많다. 좀 깎아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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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사실상 최순실씨가 세운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에 “금액이 너무 많다”며 기부액을 깎기 위해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3개월 버텼지만 결국 70억원 송금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씨가 직접 나오는 등 K스포츠재단의 압박이 커지자 기부액 깎기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한 매체는 롯데 측의 말을 인용해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이석환 대외협력단 기업사회적책임팀장(상무)가 지난 3월 K스포츠재단과 처음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앞서 K스포츠재단은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해 제안할 일이 있다”며 롯데에 면담을 요청해오면서 75억원을 요구했고, 이에 롯데가 “너무 많다”는 반응을 보이자 K스포츠재단은 기부 금액을 70억원으로 수정해 제시했다.

하지만 롯데는 “절반인 35억원을 낼 테니 (K스포츠재단이 말하는 1개 체육인재 육성 거점에) 다른 한 기업을 더 끼워 절반씩 분담하게 해달라”고 다시 제안했다.

이에 K스포츠재단은 “다른 기업도 나머지 4개 거점에 다 하나씩 지원하기로 돼 있다”며 오히려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후 몇 차례 이어진 실무 접촉에서 최순실씨의 최측근 고영태씨가 ‘고민우’라는 가명이 박힌 명함을 들고 직접 등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전경련을 통해 이미 K스포츠재단이나 미르재단 설립 당시부터 청와대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을 전달받은 상태였다”며 “K스포츠재단이 집요하게 다른 5개 거점도 기업이 다 참여하는데 롯데만 안 할 것이냐는 식으로 압박해 거부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등 6개 계열사를 동원해 지난 5월 70억원을 분담, 공식 기부 계좌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송금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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