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를 읽고] 정치개혁안 성공하려면 유권자들 의식 바뀌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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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1일자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개혁안이 보도됐다. 이번 개혁안은 입과 손발은 최대한 풀되 돈은 철저히 묶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현실에 맞지 않는 법과 제도를 고쳐 선거운동은 자유롭게 허용하되 선거비용을 통제함으로써 공명한 선거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치른 선거를 되돌아 보면 법과 제도가 나빠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정치인의 금품수수를 비난하면서도 정치인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유권자의 이중적 행태가 더 큰 문제다. 행사에 빈손으로 가 인사만 하고 돌아서는 정치인의 뒤통수에 대고 "누가 제 얼굴 보자고 그랬나"라고 쏘아붙이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부정부패 사건의 우선적 책임은 검은돈을 받는 정치인 자신에게 있겠지만, 정치인에게 청첩장.초청장을 보내고 찬조 금품을 요구하는 유권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쓴 사람은 그만큼 검은돈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바르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정치인이 부담없이 빈손으로 지역주민을 만나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풍토 조성은 우리 유권자의 몫이다.

한요택.광주광역시 북구 중흥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