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의 불행은 막아야한다"-신민 이민우 총재와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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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가 한말은 결코 우리의 대통령 직선제 당론을 변경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제 민추협에서는 그 내용도 잘 모르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데… 깊은 신뢰가 있다면 설사 내가 당론을 부정하는 말을 했더라도 「그럴리가 없다」고 일축했을 텐데 그만큼 내가 당 내외로부터 신뢰를 못 받고 있다는 징조가 아니겠느냐』
이민우 신민당 총재는 자신의 「조건부 내각제 검토용의」발언이 정가의 태풍의 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25일 발언의 진의와 신경을 비교적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조건부 내각제 검토발언이 합의개헌을 위한 긍정적 변화라고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어라고 한마디만 하면 금방 발끈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라걱정 얘기도 쉽게 하기 어렵게 됐다. 변화는 아니다. 소론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런 바탕(7개 조건)이 있을때면 내각책임제도 가능한 것이며 그런 것이 안되면 민정당의 내각제 주장도 결국 민주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다』
-그러나 당론 변경 여부와는 관계없더라도 결국 그런 조건만 이뤄지면 내각책임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직선제 개헌관철이란 주장과는 다르지 않는가.
『우리의 당론은 누구도 변경할 수 없다. 또 내가 한말도 늘 해오던 이야기일 뿐 특별히 우리 입장이 달라졌다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민정당의 내각제 주장을 장기집권 음모라고 몰아쳐 왔다.
내가 한말은 바로 여러 민주조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는데 내각제를 하겠다는 것은 어부성설 이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바라고 있는 직선제를 하고 난 뒤 이런 저런 조건이 성숙돼 진정한 바탕이 마련됐을 때는 국민의 선택에 의해 내각제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국 사람들이 양 제도를 이 시점에서 모두 민주주의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72년 유신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
-민정당도 이 총재의 말을 환영하고 있는데.
『여당이 환영한다면 나를 사꾸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웃음).
-총재의 말은 합의개헌으로 가는 서막일 뿐 아니라 독자노선을 개척하려는 구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민정당이 언기법을 폐지하고 김대중씨를 비롯한 민주인사의 사면·복권, 수감중인 재야인사와 학생의 석방 등 내가 제시한 조건들을 달성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3년 후가 될지 그 이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청사진을 발표하고 하나하나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것이 전혀 없으므로 민정당의 내각제를 장기집권음모라고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직선제는 천하에 알려진 우리의 당론이며 결코 변경할 수는 없다』
이 총재는 자신의 발언이 결코 당론 변경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민주화조치가 취해지고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 선택권이 보장된다면 내각제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총재의 말이 당내 공식회의석상에서 거론되고 마무리 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직선제 당론을 부인하는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 지금 당론변경은 누구도 얘기할 수 없다. 또 어제 외교구락부에서 부총재 등 당직자들이 배석하고 있었지만 내가 한말이 당론에 위배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었던 것 아니냐』
-총재의 말이 개헌전략의 변화도 아니고 지금까지 계속 논의돼 왔던 얘기라면 앞으로도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 정부가 도대체 내가 얘기한 조건의 바탕을 이룩해서 국민들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할
각은 않고 내각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무슨 의도인지 참 답답한 노릇이다. 국민이 나의 발언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장래에 나라의 파국을 막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그렇게 돼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총재가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정 의 필요성을 느끼는가.
『어제 다 얘기했다. 평소 내가 생각해 왔던바 그대로이고 그런 저런 얘기를 했을 뿐인데 조금 들뜬 반응을 보인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정치…그것도 야당하기가 퍽 어렵다』『국민들이 내 말에 공감합니까』고 반문하고는『내 나름대로 생각한 것은 한 철길 양목에 기차가 마주 달러 온다면 파국은 불가피하다는 「솔라즈」미 의원의 얘기라든가 국민들이나 정치인들 모두 파국으로 인한 불행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어려울 때 그 어려움을 뚫고 나가 불행을 막아야 하겠다는 것은 누구든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피력했다. <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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