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슨트 장학생' 임동일·하헌재군, 美서 합숙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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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다른 나라 학생들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소득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과학자들을 우대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요."

임동일(20.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3)씨와 하헌재(19.고려대 전자공학과2)씨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통신장비업체인 미국의 루슨트 테크놀로지사가 올해 전 세계에서 뽑은 '루슨트 과학장학생' 47명 가운데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명이다.

이들은 지난 25일부터 1주일간 루슨트 본사가 있는 뉴저지주 머리 힐에서 합숙을 하며 첨단 통신과 인터넷 기술현장을 둘러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젝트도 수행하는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 29일 이들은 199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호스트 스토머 박사의 나노기술에 관한 설명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 루슨트 내 벨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컬럼비아대 교수이기도 한 스토머 박사의 강의에 대한 하씨의 반응은 "최고"라는 것.

그는 "지금 대학에서 나노 물리학을 배우고 있지만 그 어려운 이론을 이렇게 쉽게 설명하는 것은 처음 들어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임씨도 "스토머 박사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들이 전혀 권위적이지 않은 것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 참가자는 미국 대학생 23명과 영국.독일.프랑스 등 11개국에서 온 24명. 이들에 대해 두 사람은 "미국 친구들은 고교 시절부터 프로젝트와 리서치를 많이 한 덕분인지 체계적이고, 네덜란드 학생들은 벌써 연구원 수준의 지식을 갖춘 것 같아요. 브라질과 멕시코 학생들은 언제나 밝은 표정이고, 독일 친구는 학문을 대하는 자세가 정말 진지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또 "전반적으로 공부하는 자세도 각기 자기 나라의 국민성을 닮은 것 같았다"고 밝혔다.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는 데다 저녁식사 후에도 끼리끼리 토론하고 갖가지 대화의 꽃을 피우다 보면 자정이 돼야 잠자리에 든다"고 자신들의 일과를 소개한 임씨와 하씨는 "그래서인지 만난 지 닷새밖에 안 됐는데도 다른 참가자들과 5년지기는 된 것 같다"고 자랑했다.

임씨는 "디지털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주자 다른 친구들이 모두 놀라며 한국의 기술수준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고 하더라"며 우쭐해했다.

엔지니어가 기업을 경영하는 '기술경영'을 실현을 해보고 싶다는 그는 "장래 비전을 키워주는 이런 연수를 하면 평생 그 기업을 잊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삼성과 LG 같은 우리 대기업들도 다른 나라 학생들을 초청해 이런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저지=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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