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으로 영웅된 두산 오재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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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한 번의 기회를 살리면 영웅이 될 수 있는 스포츠다. 두산 오재일(30)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그걸 보여줬다.

두산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11회 말 1사 만루서 터진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1-0 승리를 거뒀다.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32번 중 24번(75%)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평소와 달리 민병헌을 6번으로 놓고, 오재일을 3번에 배치했다. 오재일이 연습경기와 청백전에서 감각이 좋았고, 5타수 3안타(1홈런)로 스튜어트에게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재일의 방망이는 침묵했다. 찬스가 계속해서 왔지만 터지지 않았다. 3회 2사 1·2루에선 중견수 뜬공, 5회 2사 1·3루에선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지만 외야 지역까지 나가있던 NC 2루수 박민우의 호수비에 걸렸다. 9회까지 다석 타석에서 안타 없이 5타수 무안타 1삼진.

두산은 연장 11회 말 찬스를 만들었다. 허경민의 안타 이후 김재호가 친 중견수 방면 타구를 NC 중견수 김성욱이 잡지 못하는 행운이 따랐고, 박건우의 좌익수 뜬 공 때 두 주자가 터치업했다. NC 벤치는 오재원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만루. 타석에서는 오재일이 들어섰다.

오재일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초구 헛스윙 뒤 2구는 파울이 돼 2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3구째를 받아처 우익수 방면으로 날렸다. 다소 짧은 타구였지만 3루주자 허경민이 들어오기에는 충분했다. 한국시리즈 사상 끝내기는 네 번째, 끝내기 희생플라이는 처음이었다.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선 오재일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타격감이 괜찮아서 감독님이 믿어주셨는데 못 쳤다. 찬스가 세 번이나 왔는데 다 놓쳤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좋을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오재일은 "폭투 위험성이 있으니 직구로 바로 승부할 거라고 생각했다. 맞는 순간 '됐다'고 생각했다. 초구 헛스윙 뒤 전형도 코치님이 '너무 힘이 들어갔으니 심호흡을 한 번 하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끝내기 희생플라이가 처음인 건 몰랐다. 안타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웃었다.

두산 선수들은 20일 가까운 휴식기를 가졌지만 11안타를 때려내며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였다. 오재일은 "준비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도 움직임이 타석에서 생각한 것만큼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문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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