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가계부채 폭탄 뇌관 될 자영업 대출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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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영업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을 알리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어제 ‘고소득 자영업자는 줄고 저소득자는 늘고 있어 전체적인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에 속하는 자영업자 비중은 2009년 11.8%에서 올해 18.6%로 급증했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동안 25.2%에서 45%로 증가했다. 돈을 못 버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부채의 질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체 대출에서 50대와 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도 부실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같은 날 ‘자영업자 대출의 40%가량이 부동산 관련 업종에 집중돼 있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액은 230조원을 넘는다.

자영업이 어려운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터키·그리스·멕시코 다음으로 높다. 숫자가 너무 많아 10년간 여섯 곳 중 다섯 군데가 문을 닫는다. 미래도 어둡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속해 있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 수준이다. 그래선지 2014년(580만 명)을 고비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올 들어 31만 명 증가로 반전됐다. 경기악화와 대량실업으로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나 국가 경제 모두에 좋지 않은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가구당 빚은 2012년 7960만원에서 지난해 9392만원으로 급증했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다. 자영업 대출을 포함하면 전체 가계부채는 1500조원에 육박한다. 자영업 대출이 가계부채 폭탄을 터트리는 뇌관이 될 위험이 상존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경제 전반의 활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재취업 교육을 일상화해야 한다. 그 전제조건은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 체질 개선이다. 리더십 부재 속에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