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앞으로 10년 후 성장하려면 지금 조선ㆍ해운 구조조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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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ㆍ해운업의 기업부채 구조조정 비용이 3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밝혔다. 기업부채 구조조정 시 채권자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5.5∼7.5%에 달하고, 고용은 0.4∼0.9%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추산이다.

23일 IMF가 ‘기업부채 구조조정의 혜택과 비용: 한국을 위한 추정’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3년 연속(2014~2016년)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부채 구조조정의 혜택과 비용을 추산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을 갚아야 할 이자(이자비용)로 나눈 지표다. 이자보상비율이 1보다도 작을 경우, 벌어들인 돈으로 부채가 아니라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IMF는 이들 기업의 이익이 2014년 기준 전년보다 10% 떨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조선업을 포함한 제조업과 해운업, 건설업 등에서 위험에 처하는 부채가 GDP의 12∼14%, 위험에 처하는 일자리는 1.9∼2.1%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IMF는 기업부채 구조조정을 거치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고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용은 10년가량이 지나면 만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조선업 구조조정에서 고용에 영향을 받는 인력의 규모는 1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국내 일부 기관에서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업 부채구조조정은 이후 한국의 GDP 성장률을 연 0.4∼0.9%포인트 끌어올리고, 고용을 0.05∼0.1% 늘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였던 기업이 1% 이상으로 전환될 경우 투자가 3.1%포인트, 연간 고용은 2.3%포인트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핵심 결론은 기업부채 구조조정은 중기적으로는 성과가 난다는 것”이라며 “경제적 비용은 10년간에 걸쳐 만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1분기 기준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규모는 105.9%로 19개 신흥국 중 홍콩(211.1%), 중국(169.1%)에 이어 3위 수준이었다. 고속성장 끝에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직면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부채 구조조정에 따른 혜택과 비용을 추산하기에 유익한 국가라고 IMF는 설명했다.

한국의 산업 중 조선ㆍ해운업이 특히 영향을 받고 있고, 글로벌 경제 둔화가 심화한다면 철강과 화학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나 전자 등 기술집약적 산업은 글로벌 경쟁 격화에 직면해 있고, 한국 기업부채의 취약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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