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의 고향』 진지함 두드러져 신선한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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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간이 만들어낸 신의 소리들을 찾아 유럽 곳곳을 순례하며 제작한 MBC-TV의 『명곡의 고향』이 본격적인 음악다큐멘터리의 지평을 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지 위대한 악성들의 생애나 명곡들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는데 그치지않고 예술을 통해(약간 과장된 표현을 빌면)「삶과 죽음에 대한 종교적 성찰」까지 전달해줌으로써 가벼운 TV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진지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6일 소금의 성 잘츠부르크와 음악의 고향 빈을 중심으로 죽어서 조차 쉴 곳이 없었던(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던) 천재「모차르트」의 짧은 생을 비극적으로 영상화 했던 『명곡의 고향』은 13일 국내 TV사상처음으로 공산국가 헝가리에서 제작한 『리스트』를 방영, 다큐멘터리로서는 경이적인 4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천재의 연대기를 시적인 연출로 풀어나간 『모차르트』(연출 김윤영)와는 달리 『리스트』(연출 강철용)는 산문적 연출을 통해 「리스트」음악에 스며든 집시민족 헝가리에 대한 조국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강렬한 주제의식이 돋보인 작품.
『당신은 귀신인가. 귀신이 아니라면 당신은 분명히 「리스트」일 것이다! 』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검은 연미복의 장발「리스트」가 피아노를 살해하는(?) 캐리커처가 강렬한 도입부를 이룬『리스트는 특히 헝가리 남부 전원마을 부커스의 농부들과 다바스마을의 집시춤등을 소개함으로써 「리스트」음악을 이해하는데 충실한 자료를 제공해주었다.
그러나『리스트』는 조국 헝가리에만 취재의 초점을 맞춘 대신 그의 생가가 있는 라이딩지 방(오스트리아령) 과「비트겐슈타인 」후작부인과의 사랑에 좌절한 말년에 그가 흑의를 입고 칩거했던 바이마르지방 (동독령) 취재가 빠져있어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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