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환율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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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앞으로의 환율전망이 혼선을 일으켜 민간기업계의 불안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이런 사태는 경제의 불안요소로 증폭되기 마련이다.
환율이 시장예측의 가장 기본적인 중심변수임을 고려할 때 환율전망의 혼선은 모든 시장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급기야는 경제의 안정운영이나 순탄한 확대균형마저 해칠 위험이 높다. 때문에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환율정책의 운용방향에 대한 보다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할 때가 왔다.
일본과 미국이 지난달 엔, 달러환율에 대해 극적으로 합의할 때까지 일본경제가 당면했던 최대의 곤욕이 엔고 자체보다는 오히려 전망과 예측의 부재였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경험을 우리 경제가 반복하도록 만들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현재 민간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혼선과 불안은 한마디로 정부의 방향제시와 실세운영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여러 고위당국자들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없다고 밝혔고 기존의 환율운영방식을 크게 고치지도 않을 것임을 공언한바 있다. 그러나 실제의 환율운용과정은 올들어 내내, 그리고 하반기 이후에는 특히 두드러지게 꾸준한 절상커브를 그리고 있다.
물론 우리는 원화 환율이 복수원화바스킷 체제아래서 되도록 실세를 반영하는 폭으로 노력해 뫘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특히 하반기 이후 미국의 원화 절상압력이 여러 채널을 통해 급격히 증대되어 왔음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이유들이 더 민간의 환율전망을 어렵게 만들고있음을 외면할 수 없다. 문제의 초점을 단순화시키면 절상이든 절하든 분명한 방향만 선다면 민간의 혼란과 불안은 덜 심각해질 수 있다. 또 일부 주장처럼 적정수준의 절상이 경제체질의 강화에 도움되는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의 제반여건으로 보아 원화 환율의 문제는 정부가 미국의 절상압력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완화할 것인가에 초점이 있는만큼 정부나름의 정책방향이나 가이드라인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민간에 전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율정책의 공개적 운용이 불가능한 점은 이해되지만 최소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확고하다면 정책발표와 실제운영의 큰 격차는 없어야 한다.
더더구나 앞으로의 환율운용을 확고한 원칙없이 미국의 절상 압력에만 적응시킬 경우 민간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은채 경제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올해 겨우 싹이 돋아난 국제수지 균형화의 가능성을 과대평가 할 경우 돌이킬수 없는 실패를 자초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현재의 원화 환율은 미국의 주장처럼 과소평가 되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달러이외 통화에 대해서는 일부 과대평가 된 측면도 없지 않다.
대미 무역불균형은 분명 해결해야할 당면과제이지만 결코 환율조정의 수단으로는 실효가 없음을 안으로 확인하고 밖으로 설득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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