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평당 3000만원' 코 앞에 못 말릴 강남 아파트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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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해 말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조만간 평당 3천만원대에 진입할 것"이란 얘기가 부동산 시장에 나돌 때만 해도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콧방귀를 뀌던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좀 괜찮다는 곳은 2천만원이 넘어 더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였다. 그런 마당에 '강남 아파트값 평당 3천만원'얘기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러던 집값이 1년도 안돼 정말로 '3천만원'대에 진입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분양가 평당 3천1백만원대의 대형아파트(서초동 더 미켈란)가 선보이는가 하면, 인기지역의 기존 아파트값도 3천만원을 호가하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중산층 대상인 30~40평형대는 아직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야금야금 오르는 분양가를 보면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최근 어느 부동산 정보업체가 2000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입주한 서울지역 새 아파트 매매가를 조사해보니 평당 평균 1천12만원이고, 이중 강남의 경우 1천9백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비인기지역까지 포함한 평균치일 뿐 파급 영향이 큰 아파트는 평당 2천만원이 넘은 지 오래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아파트값은 끊임없이 상승해왔다. 새 아파트값이 오르면 분양가도 덩달아 뛰어 강남 일반 아파트의 '평당 3천만원 시대'도 먼 얘기가 아닌 듯싶다.

일반 아파트와 단순 비교하기는 좀 곤란하지만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평당 4천만원을 넘었다. 재건축이 가능한 서울 반포 주공3단지 16평형은 6억6천만원으로 평당 4천1백25만원이고 잠실 주공 3단지 15평형도 평당 3천9백97만원을 호가한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그렇다치고 현재 건축 중인 아파트도 대형 평수의 경우 3천만원이 넘는다. 삼성동 아이파크 55평형은 평당 2천7백70만원대이고 이보다 큰 평수는 최고 3천2백만원대에 이른다 한다.

중산층 대상인 대치동의 동부센트로빌 45평형은 2천6백만원으로 3천만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강북 변두리에는 평당 6백만~7백만원짜리 아파트가 얼마든지 있는데 왜 비싼 강남 집값만 갖고 그러느냐 하겠지만 이들 지역의 파급영향이 워낙 커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고임금과 높은 부동산값 등에 따른 경쟁력 악화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마당에 집값까지 뛰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집값을 잡아야 산업 공동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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