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추가 개방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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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된 미 중간 선거 결과 여파가 한국에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보호 무역주의 바람을 중화시킨다는 이유로 미국측으로부터 한국시장 추가 개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방한중인 「개스턴 시거」미 국무성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7일 낮 김만제 부총리.나웅배 상공장관·사공일 청와대 경제수석과 만나 한미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미 중간 선거 결과가 미국의 대외 경제 정책에 미칠 영향을 설명하고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개방 노력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시거」차관보는 미 중간 선거 결과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게 됨에 따라 미 의회의 보호주의 압력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라고 예고하고, 그러나 보호주의 입법에 반대하는 미 행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레이건」정부는 의회의 보호주의 입법움직임을 억제해나갈 방침임을 밝힌 것으로 알러졌다. 「시거」차관보는 이 같은 미 행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계국들이 자국 시장 개방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국정부도 이 같은 미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거」차관보는 한국이 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것이 「레이건」행정부를 돕는 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거」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미 중간 선거 후 미 정부의 첫 공식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측은 우리정부가 지적 소유권 보호 및 보험·담배 시장 개방 등을 통해미 행정부의 입장을 지원해왔음을 상기시키고 앞으로도 예시된 자유화 품목의 단계적 개방조치 등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거」차관보와의 회담은「램버슨」미 부대사 관저에서 오찬을 겸해 이루어졌다.
우리정부는 이미 미 중간 선거 결과로 가중될 미 의회의 보호 주의 및 행정부의 시장 개방·압력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 아래 미국이 개방을 요구해 온 농산물 중 일부 품목의 수입 자유화 및 88년에 자유화하기로 예시된 공산품 중 일부 품목의 조기 개방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대한 통상 정책 이슈의 하나로 되어있는 원화의 대 달러 절상문제에 대해 정부는 정책의 변동 없이 현행대로 점진적으로 절상시켜나갈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8일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미국 내에서 우리 나라 원화가 아직도 저평가되어 있다고 말하는 관리 및 경제학자들이 적지 않으나 정부는 결코 환율의 운용방식을 지금하고 있는 것에서 갑자기 바꾸어 대폭 절상 같은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지난 9월말 워싱턴 IMF 총회 때 정인용 재무장관과 「베이커」 미 재무 장관이 만나 얘기를 나눈 결과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현행 환율 운용 방식을 완전히 이해했으며 그 이후 환율 문제에 관한 한 공식적으로 미국측으로부터 어떤 요구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원화의 대 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3%선 (작년 말 이후)절상에 그치고 내년 상반기에도 소폭적인 절상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8백71원50전으로 작년말(8백90원20전)에 비해 2·1%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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