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라 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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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 마두라 원유 칠만배럴 첫 도입』-. 84년 8월 하순 국내 신문들이 대서 특필한 제목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처음으로 해외 유전 개발에 성공하여 퍼 올린 기름인데, 신문인들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흥분은 85년에도 가라 앉지 않아 『마두라에서 새 유전 2개 또 개발』이라는 기사가 신문 지면을 메웠다. 경제성도 판명, 매장량도 각 1억 배럴이 된다는 동자부의 발표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이 같은 흥분은 정부가 인도네시아 유전 개발에 참여키로 한 81년 초 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제주도 남해안과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 나온다고 좋아했다가 아무 소식이 없자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은 마치 산유국이나 된 듯 기뻐했다. 심지어는 「석유 원년」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 마두라 유전이 폐쇄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경제성이 없어 확장을 중단하고 이에 대한 일체의 정부 지원을 끊은 것이다.
지금까지 여기에 쏟아 부은 돈이 자그마치 1억2천만 달러.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 기였다.
그러나 석유개발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통계를 보면 60연대 말까지 세계의 석유 시추 성공률은 중동지역 8%, 극동 2·5%, 미국은 1·9%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탐사 기술이 발달된 최근에도 성공률은 10% 안팎이다.
영국을 세계적 산유국으로 만든 북해 유전의 경우는 32구멍(공)을 파고도 실패하자 국민의 여론이 들끓었다. 그래서 마지막 한번만 더 파고 손을 떼기로 했는데, 그 마지막 구멍에서 기름이 펑펑 쏟아져 나왔다. 「검은 황금」을 얻기란 그만큼 인내심을 요한다.
과거에는 석유가 지역적으로 편재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개발 기술이 큰 진전을 보게됨에 따라 적도부근부터 북극권에 이르는 모든 지질시대의 퇴적층에서 유전의 분포가 확인되었다.
그뿐 아니라 최근에는 마두라 유전과 같은 해저 유전의 개발도 성행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종전에는 수심 40m 정도를 기준으로 잡았으나 지금은 2백m가 넘는다. 북해와 노르웨이 수역, 그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북쪽의 샌타 바바라 해협의 유전은 모두 수심 2백m가 넘는 곳에서 유층이 발견되었다.
더구나 해양에는 육지보다 구조가 큰 유층이 많아 해저 유전의 개발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질학자인 「위크스」박사는 세계원유 매장량은 3천1백80억kg인데, 그중 약 3분의1이 수심 3백m까지의 대륙붕에 존재한다고 했다.
따라서 마두라의 실패만 가지고 산유국의 꿈을 버리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그 엄청난 국민의 돈을 무분별하게 쏟아 붓고 소득도 없이 지금 와서 손을 드는 무책임은 어디에다 물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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