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화재참사] 사고 당한 ‘육동회’ "형제처럼 지냈는데…이름 어떻게 지우느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경부고속도로 울산 언양~경북 영천 확장구간의 언양지점에서 사고가 난 관광버스 탑승자들이 2009년 입사 30주년을 맞아 호주 여행을 가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79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동기들이다. 현 회원은 10명으로 이번 중국 여행에는 8명이 갔다. 회원 8명이 부부동반을 했다가 사고로 세 부부가 동반사망했다. [사진 한화케미칼]

13일 오후 경부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 화재사고를 당한 이들은 1979년 울산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동기들이다. 대부분 퇴직을 한 4년여 전부터 정기적으로 6월에 모임을 한다고 해서 모임 이름은 육동회. 이들은 20여 명으로 모임을 시작했다가 지금은 10명만 남아 우정이 더욱 돈독했다.

모임 회원이지만 이번 여행에 동참하지 못한 윤모(61)씨는 이날 울먹이다가 허망한 눈망울로 하늘을 보는 등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는 여행을 앞두고 수술을 해 중국에 함께 가지 못했다. 육동회는 그동안 두세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간 여행의 행선지도 중국이었다.

10명의 회원 가운데 윤씨와 또 한 명의 친구가 개인사정으로 여행을 함께 가지 못했다. 윤씨는 사고 다음날인 14일 울산의 서울산보람병원·울산대병원·좋은삼정병원 등을 돌며 일일이 친구들의 생사와 건강상태 등을 상태를 확인했다.

사고 당시 버스에는 회원인 한화케미칼 퇴직자와 부인들, 한화케미칼 현재 직원 한 명과 부인, 이들의 이웃과 형제, 운전기사·가이드 각 1명 등 20명이 타고 있었다. 일부 퇴직자가 부인을 동반했다가 3쌍이 동시에 숨지는 참사를 당했다. 현직 직원은 모임 총무로 여행을 갔다.

기사 이미지

경부고속도로 울산 언양~경북 영천 확장구간의 언양지점에서 사고가 난 관광버스 탑승자들이 2009년 입사 30주년을 맞아 호주 여행을 가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79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동기들이다. 현 회원은 10명으로 이번 중국 여행에는 8명이 갔다. 회원 8명이 부부동반을 했다가 사고로 세 부부가 동반사망했다. [사진 한화케미칼]

회원 가운데는 안타까운 사연도 많다. 부인이 사망한 이모씨는 자녀의 결혼식을 3일 앞두고 있었다. 숨진 성모씨는 팔순에 가까운 노모가 병환 중에 있어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윤씨는 “비상망치를 더 쉽고 빨리 찾을 수 있게 해야지, 소화기도 작동을 제대로 안 됐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들은 육동회를 결성하기 전인 1979년에 입사하고부터 7년 넘게 사택에서 동고동락했다. 서로 결혼, 출산, 자녀가 장성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냈다. 이들은 퇴직 후 울산·포항·부산 등에서 살았으나 수시로 모여 식사를 하는 등 우정을 나눴다.

관련 기사

윤씨는 “친형제나 다름 없는데 하루아침에 절반이 떠나버렸다”며 “중국 갈 때 잘 다녀오겠는 말 외에 별다른 말도 없이 휙 가더니 휴대전화·수첩에서 친구들 이름을 어떻게 지워야 하느냐”며 허망해 했다.

한편 사망자 10명의 시신은 서울산보람병원과 좋은삼정병원에 안치돼 있다. 화재로 신원 확인이 어려워 아직 유족들은 빈소를 차리지 못하고 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