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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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의 비결을 이렇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이다』정치에 관한 저서를 남긴 관중의 말이다. 여기엔 이런 일화가 있다.
제나라와 노나라는 긴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자주 다투었다. 그러나 지고 이기는 쪽은 언제나 분명해서 노나라는 번번이 패하는 편이었다. 노나라의 연전연패 장군은 조 말이었다.
끝내 이들 두 나라는 강화조약을 맺기로 했다. 단을 쌓고 조인식을 시작하려는데 느닷없이 노나라의 조말이 단상으로 올라와 제나라의 환공에게 다가갔다. 그는 환공의 목에 칼을 들이대더니 이렇게 말했다.『제는 강국, 노는 약소국이오.…제발 당신의 생각을 고쳐서 빼앗은 땅을 돌려주시오.』
제의 신하들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섣불리 행동하면 주인의 목숨이 위험했다.『알았소』환공은 어쩔 수 없는 대답과 함께 노의 장군 조말이 내미는 서약서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
조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뒤늦게 환공은 분을 참지 못해 일갈했다.『협박에 의한 서약은 무효다. 군사를 물리지 말아라.』
이때 관중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그래서는 안됩니다. 작은 이익을 탐하고 스스로 기뻐해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렇게 하면 뭇 사람의 신용을 잃고, 천하의 도움도 얻지 못합니다.』단호한 말이었다.
『알았다. 군사를 되 물려라.』환공은 숨을 들이쉬며 대꾸했다.
2년 후 각지의 제후들이 모인 회맹의 자리에서 환공은 명실공히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협박에 의한 서약까지 지켰으니 환공에 대한 제후들의 칭송과 존경은 대단했다. 그의 치세는 43년이나 계속되었다.
이 얘기는『사기』의「자객열전」첫 머리에 나온다.
오늘의 시속으로 보아도 이것을 어찌 2천6백여 년 전의 일로만 치부할 수 있겠는가.
『주어라, 그것은 받는 것이다,』이런 정치가 있다면 서로 원수지는 일도, 한을 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주는데는 용단과 도량이 필요하다. 물론 두려움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강자는 강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강자의 평화는 약자의 평화도 될 수 있다.
정치엔 때때로 이런 멋도 있음직하다. 이런 정치가 이루어지면 뭇 사람들은 정말 강자를 편들 수 있고, 믿을 수 있고, 사랑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덕의 정치요, 신뢰의 정치다. 우리는 그와 비슷한 정치만이라도 구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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