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주택분양보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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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 여름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주택분양보증(이하 분양보증)’ 문제가 논란이 됐습니다. 고분양가를 이유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분양이 미뤄졌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를 새로 짓는 재건축조합과 건설사는 결국 HUG가 원하는 선으로 분양가를 낮춘 뒤에야 분양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분양보증이란 게 뭐기에 분양가를 낮출 수 있었을까요.

주택업자 망할 것에 대비해
보증공사가 분양금 환급 보장
부실 사업 사전예방 효과도

분양보증이란 주택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건축물의 분양 이행 또는 납부한 분양대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보증을 말합니다.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사업자나 시공을 맡은 건설사 등 사업자가 부도 등의 이유로 공사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그러면 소비자는 이미 지불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날리게 되죠. 이때를 대비해 HUG가 사전에 보증을 해주고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사업자 대신 소비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줘 주는 겁니다.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죠.

HUG가 보증을 해준다는 점에서 중도금 대출 보증과 헷갈릴 수도 있는데요. 중도금 대출 보증은 소비자가 은행 돈을 빌렸다 못 갚았을 때 이를 대신 은행에 갚아주는 거라면 분양보증은 건설사나 시행사가 공사를 끝내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건설사가 20가구 이상을 선분양할 경우 반드시 분양보증을 받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HUG가 모든 사업에 보증을 해주진 않습니다. 사업 위험도가 높아 보이는 곳에 대해서는 분양보증 자체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미분양 관리지역’이란걸 지정해 분양보증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부실 주택사업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반발이 많은 규제 대신 HUG의 분양보증 권한을 이용해 분양가를 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있어요. 적정 가격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판단해야 하는데 분양보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건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거죠. 부실 사업 또는 위험지역을 판단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은데다 분양보증을 해주는 곳이 공공기관인 HUG 밖에 없기 때문에 생기는 논란이에요.

함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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