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주치의, 의무기록은 모두 ‘외상성’으로 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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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씨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백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백씨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을 검토한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사진 뉴시스]

고(故) 백남기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53)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고인의 의무기록에는 그간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기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 교수는 그러나 고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외상성’ 부분을 삭제하고 ‘경막하출혈’로만 기재한 뒤 사인을 ‘병사’라고 썼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고인의 유족으로부터 받은 의무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4일 고인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받기 전 진단명은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Acute subdural hematoma, traumatic with open wound)로 적혀있다.

고인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진단명도 수술 전과 마찬가지로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이다. 9월 25일 고인이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해 퇴원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의무기록에도 퇴원진단명은 일관되게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로 돼 있다.

고인은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와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머물다가 퇴원했다. 이 과정에서 작성된 2건의 의무기록 모두 백 교수가 직접 확인서명을 한 것이다.

특히 백 교수는 퇴원 의무기록의 상병코드를 ‘열린 두 개 내 상처가 있는 외상성 경막하출혈’을 의미하는 ‘S0651’로 기재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사망진단서에만 당초 의무기록에 적혀 있던 진단명에서 ‘외상성’ 부분이 빠져 그냥 ‘경막하출혈’로만 기재했다.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경막하출혈의 상병코드는 I62X로 외상성 병명과 최초 분류기준인 알파벳부터 다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고인의 원래 사인이 외상성 경막하출혈임에도 불구하고 백 교수가 임의로 급성경막하출혈로 변경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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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백남기씨 수술 기록이 담긴 의무기록지. [사진 윤소하 의원]

윤 의원은 이어 “백 교수가 스스로 서명한 고인의 의무기록에서도 외상성 경막하출혈이 진단명으로 명백히 나와 있다”며 “스스로 서명한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라고 적힌 기록이 있음에도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때는 다른 질병코드로 오인될 수 있도록 기재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 교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대병원 측이 백 교수에게 진단서 수정을 제안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국정감사 서면질의에 대해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을 존중하지만 백 교수에게 변경할 의향을 문의한 적이 있다”며 “백 교수는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바 있다”고 서울대병원이 답했다고 밝혔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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