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빨간색은 헌혈할 때 제일 아름답다?'…대한적십자사 '여혐' 광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대한적십자사 광고

'여자의 빨간색은 입술을 살릴 때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때 더 빛이 납니다.'

대한적십자사의 한 공익 광고 포스터가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광고 포스터에는 '여자의 빨간색은 입술을 살릴 때, 기분을 살릴 때, 스타일을 살릴 때, 라인을 살릴 때, 자신의 겉모습을 살릴 때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때 더 빛이 납니다'라고 적혀 있다.

글 옆에는 붉은색 입술, 붉은색 장미, 붉은색 손톱, 붉은색 하이힐 그리고 붉은색 핏방울의 이미지가 첨부됐다. '헌혈, 당신의 진짜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광고의 마지막 문구다.

이 공익 광고는 대한적십자사가 지난해 개최한 헌혈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여자의 빨간색'이라는 제목의 광고다. 남성에 비해 헌혈률이 낮은 여성들의 헌혈을 독려한다는 게 광고의 원래 취지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헌혈률이 낮은 건 남성에 비해 여성이 평균적으로 철분 수치가 낮은데다 헌혈을 할 때 뽑는 피의 양도 남성의 기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광고가 '여성은 꾸미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편견이 담긴 '여성 혐오' 광고라는 것이다. 트위터 아이디 @e******는 "저거 만든 사람은 헌혈 하러 갔다가 세 번 연속 거절받아본 경험이 있는가? 여자가 정말 립스틱을 사느라, 힐을 신느라 헌혈을 안하는 걸까?"라고 꼬집었다.

기사 이미지

네티즌들이 만든 대한적십자사 미러링 광고

분노한 몇몇 네티즌들은 남성 버전의 '미러링' 광고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기존의 광고 문구는 '남자의 빨간색은 성인물을 볼 때, 홍등가를 갈 때, 사치를 부릴 때, 폭력을 쓸 때, 군대에 갈 때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때 더 빛이 납니다'로 대체됐다.

트위터 아이디 @P******는 "여자들 다이어트하고 꾸미라고 오지게 두들겨패던 건 언제고 헌혈하래. 번화가 가서 그 예쁘게 꾸민 여자애들 데려가봐라 대부분 체중 미달이거나 빈혈이라 헌혈 못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