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다이제스트]막아도 끝없는 '성인검색어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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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에서 펼쳐지는 ‘성인검색어 전쟁’이 치열하다. 한마디로 소위 ’야동(야한 동영상)‘으로 불리는 음란물을 찾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포털 사이의 쫒고 쫒기는 전쟁이다.

구글,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은 이 전쟁을 위해 ‘방패’를 마련했다. 청소년 유해 콘텐트와 관련 있는 단어를 검색할 때 반드시 성인인증을 거치게 했다. 유해 검색어 숫자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검색어 제한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른 쪽에선 기상천외한 검색 수법이 속속 등장했다. 언젠가부터 성인검색어의 상징이 된 ‘제목없음’이 대표적이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특정한 제목이나 설명 없이 음란물이 올라온 데서 유래됐다. 실제 구글 등 검색포털에 ‘제목없음’을 검색하면,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고도 각종 음란물이 수도 없이 노출된다. 10~20대 상당수가 이 ‘암호’를 알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지역 중학교 3학년 남녀 50명에게 온라인으로 묻자 43명(86%)이 ‘제목없음’이 성인 검색어임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얼핏 음식이름 같아보이는 ‘VR 우동’도 신종 성인검색어다. 여기서 우동은 ‘야동’을 가리킨다. 야동과 발음이 비슷하면서 음식 이름이라 검색어 제재가 힘들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즉 가상현실(VRㆍvirtual reality) 형태의 야동을 접하려면, 검색창에 ‘VR’ 우동만 입력해도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검색어들은 손쉬운 단어 조합만으로 무수한 ‘변종’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제재가 쉽지 않다. 신종 성인 검색어가 등장하는 속도는 포털의 제재 속도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이를 막아내는 쪽의 시름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이유다.

실제 세계 최대 검색 포털인 구글을 기준으로 주요 성인 검색어의 변화 추세를 살펴봤더니 검색어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제목없음’ 검색 순위는 2014년 7월 390건에서 지난 4월 335만건으로 급증했다. 늘 연간 검색어 순위 10위권에 드는 ‘날씨’보다 순위가 높았다. 성인 검색어의 ‘고전’ 격인 밍키넷의 경우 ‘2004~2015년 한국인 구글 검색 순위’에서 네이버, 토렌트(개인간 파일공유 프로그램), 다음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음란물이란 ‘총알’이 계속 제공되는 이상 ‘종전(終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검색어 제한, 사이트 폐쇄 외에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청소년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진 성인검색어, 음란물 문제는 기성세대가 쉬쉬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자문위원)는 “가정ㆍ학교에서부터 올바른 SNS 이용, 음란물의 심각성, 정보의 취사선택 등에 대해 열린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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