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 주치의 "사망진단서 작성에 외압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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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남기씨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학교병원 교수.(오른쪽) [사진 뉴시스]

고(故) 백남기씨 주치의였던 백선하(52)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진단서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백씨의 사망원인을 '심폐정지'로, 사망종류는 '병사'로 판단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단서 작성에 어떤 형태의 외압도 없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3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특별조사위원회(특위)’ 기자회견에서 “백씨는 사망 6일전부터 급성 신부전이 진행됐고, 결국 ‘고칼륨혈증(혈액에 칼륨 농도가 높아지는 상태)’에 의한 심폐정지가 사인이 됐다”며 “이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사망원인으로 기록하지 말라는, 모든 사망에 나타나는 심폐정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는 ‘사망원인에 심장마비ㆍ심장정지ㆍ호흡부전 등 사망에 수반되는 현상을 사망원인으로 기재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그는 또 “‘고칼륨증에 의한 심폐정지’는 체외투석 등의 치료가 시행됐다면 막을 수 있었다”면서 “가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환자에게 발생된 여러 합병증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명의료 중단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에 통상적 '외인사'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는 “체외투석 등 최선의 치료를 받고도 사망했다면 사망진단서 내용은 달라졌을 것이며, 그 경우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은 진단서 논란이 일자 지난 1일 특위를 구성해 조사한 뒤 3일 결과를 발표했다. 특위에는 서창석 원장 등 집행부를 제외한 전문가 5명이 참여했다.

특위는 이날 '직접사인에 '심폐정지'를,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적은 것은 작성 지침과 다르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그러면서 '일반적 지침과 다르게 작성한 것은 확인했지만 임상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하여 진정성을 가지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했음을 확인했다'는 단서를 달았다. '특수한 상황'은 연명의료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윤성 특위 위원장(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은 “진단서는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 개인이 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누구도 진단서 재작성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백남기투쟁본부(유족 측)는 항의했다. 백씨 가족 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는 “사망원인은 심폐정지가 아닌 물대포로 인한 외상이다. 법적으로 사망진단서를 고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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