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환자는 싫다"|담당의사, 환자 앞에서 폭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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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영두<서울 강남구신반포4차아파트 204동 1006호>
지난 13일 밤9시30분쯤 독서실에 갔던 딸이 계단에서 잘못하여 발을 삐어 집에 혼자 올 수 없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달려가 딸을 부축하여 집에 돌아와 의학백과사전을 찾아보고 연고를 발라 마사지를 해주고 얼음찜질을 하여 통증을 가라앉혀 잠을 재운 뒤 다음날 아침 신반포 4차 아파트단지에 있는 정형외과에 데려갔다.
치료가 끝날 즈음 나는 궁금하여 의사에게 『X-레이를 안 찍어도 됩니까.』고 물었다. 의사는『나는 필요 없어요. 찍을 테면 찍어보세요.』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이 의사가 자기의 의술을 내가 의심하는 걸로 여기고 있구나 생각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한 걸로 여겨 잠자코『수고하셨읍니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틀 뒤 오후에 집사람이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는데 무더운 날씨에 5백여m쯤 되는 거리를 목발 짚고 가자니 몹시 힘이 들었는지 기브스 한 다리 뒤꿈치로도 조금씩 걸었기에 병원에 가보니 기브스 한 발뒤꿈치 부분이 부서졌다고 한다.
병원에서 의사가 딸아이를 나무라면서 『5, 6만원 내는 일반환자는 그렇지 않은데 의료보험환자는 말썽』이라며『이런 환자는 치료해 줄 수 없다.』 고 폭언을 하였다고 한다.
최고의 지성과 인술을 표방하는 의사의 입에서 아직도 일반환자와 보험환자에 대한 차별적인 언사를, 환자의 보호자에게 서슴없이 하는 사례가 있음을 알고 실로 개탄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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