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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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평화적인 집회인데 왜 못 가게 하느냐.』
『상부의 지시라 명동성당에는 못 들어갑니다.』
19일 하오1시55분 서울 롯데쇼핑 앞 명동입구.
2시부터 명동성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성 고문 폭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성당으로 가려던 신민당의원 및 당원·시민 등 2백 여명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원들은 어깨를 맞댄 채 몇 겹으로 둘러싼 전경대원 사이를 기를 쓰고 뚫으려 했고, 전경대원들은 필사적으로 이를 막았다.
20여분간의 몸싸움 끝에 하오 2시15분쯤 신민당 의원들은 경찰의 저지를 뚫었다.
시위행렬 맨 앞에는 이민우 총재와 김영삼 고문이 나란히 섰고 길옆에는 3천여 명의 시민이 운집해 있었다.
이 총재 등이 에스콰이어 백화점 앞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최루탄이 터졌다. 하오 2시20분.
시민들은 독한 최루가스를 피해 골목길과 인근 가게 안으로 피신했고 상점들도 황급히 셔터 문을 닫았다.
부녀자 5∼6명이 인파에 쓸려 넘어지자 젊은 청년들이『질서, 질서』를 외치기도 했다.
김 고문은 최루탄 발사 직후 인근 낙지골목의 한 가게에 들어가 최루가스를 씻어낸 후 하오3시30분 당사로 돌아갔고 이 총재도 사보이 호텔로 몸을 피했다.
야당 지도자들이 최루탄 세례를 받고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거리. 여기저기서 손수건으로 눈자위를 누르며 쿨룩거리는 시민들의 모습은 반드시 최루탄의 독한 가스 때문만은 아닐 듯 싶었다.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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