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했는데 '야자'라니…학생·학부모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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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1차 지진 이후 부산의 한 고등학교가 3학년 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학생·학부모의 항의가 잇따랐다. 이 학교는 2차 지진이 발생하자 뒤늦게 3학년 학생들을 귀가조치했다.

지난 12일 오후 7시45분쯤 경북 경주에서 5.1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부산과 경남, 울산 등 진앙에서 가까운 도시에서 대부분 건물이 흔들리는 진동을 느꼈다.

지진 직후 일부 지역에서는 전화와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서 지진 불안은 더 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의 한 A사립고등학교는 3학년 학생들의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했다.

참다 못한 이 학교 학생이 이 사실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알리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이 글을 올린 학생 B군은 “학교는 1차 지진 이후 1, 2학년 학생만 귀가시키고 3학년 학생에게는 자습을 강요했다”며 “학보모들이 전화를 걸자 학교 측은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했다는데 교사 5~6명이 200여 명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 학교는 30여 분 뒤 우리나라 관측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2차 지진이 발생하자 뒤늦게 3학년 학생들을 귀가조치했다.

B군은 “2차 지진이 일어나자 교사들은 대피하라고 했고 저는 뛰쳐나와 집으로 왔다”면서 “전화도 안 터지는데 부모님이 얼마나 속이 타셨을지. 아무리 입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1차 지진 후 부산시 교육감 지시로 각 학교에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야간자율학습 학생들의 귀가 조치를 지시했지만 이 학교는 이를 무시했던 것이다.

학부모들은 하마터면 학생들이 위험에 처할뻔한 했다며 학교 측의 조치를 비난했다. 학부모 허모(46)씨는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 아직도 학교 현장에서는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SNS 등에도 항의 글이 잇따랐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1차 지진 뒤 지진이 끝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런 조치를 한 것 같다”며 “전체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서 매뉴얼 위반 여부를 조사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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