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향한 심기 일 전의 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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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당의 당직개편이 임박한 것 같다. 이런 관측은 시·도별 의원간담회 결과를 결산하면서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되었다』고 한 당대표의 말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개편 폭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알 수 없으나 개헌정국을 주도할 「새 팀」이 선보일 시기는 8월초가 될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새 팀은 내각책임제 분위기에 맞는 진용이 되리라는 예상 속에 민정당의원 상당수가 입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의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는 이 나라 정치발전에 공정 적인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보다 오히려 지금의 도도한 민주화 물결을 헤쳐 가는 자구책이라는데 한층 큰 의미가 있다. 민정당의 제1차적인 목표인 재집권을 위해서도 국정의 전반적인 쇄신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누가 뭐라 해도 지금 정국의 최대 관심사는 헌법문제고 그 중에서도 권력구조에 쓸려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대통령직선제가 되건 내각책임제가 되건, 그리고 정권이 어느 정당에 돌아가건 국민의 확고한 지지 기반 위에서만 정당은 존립할 수 있다.
설혹 오늘의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 야당이 된다해도 포말 정당이나 개인중심의 파당이 아니고 근대 정당을 표방한 바에는 국민을 의식한 정치를 추구한다는 것은 정당기능상 당연한 일이다.
민주화가 국민의 한결같은 여망이고 그것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은 이제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민정당이 야당 못지 않게 민주화의지를 고창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지금 세간의 이목은 온통 개헌에만 쏠려 있지만 곰곰 따져보면 개헌은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일수는 없다.
집권당이 기왕에 민주화를 표방하고 나선 이상 개헌의 향방과는 관계없이 민주화에 대한 성의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인사개편이 개혁의지의 구체적인 표현임에는 틀림이 없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언행을 서슴지 않던 인사들을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고 민주화를 하겠다고 해봤자 설득력이 없다. 사람만 바꾸고 실천하는바가 구태의 요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인사개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전반에 걸친 민주화 작업을 당장 착수하는 일이다. 입으로는 민주화를 운위하면서 행동으로 이를 증명하지 않는다면 누가 정부·여당의 민주화 의지를 믿겠는가.
가령 한참 말썽이 되고 있는 고문문제만 해도 개헌후의 과제로 미룰 성질의 것은 아니다. 민정당 의원간담회에서 제기된 빈부문제를 비롯해서 교육자치제·관료주도 행정의 부작용 등 고쳐야 하고 고칠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일들은 정부·여당이 진정 민주화를 통해 활로를 찾기로 작정한 이상 지금 당장에라도 실천에 옮길 과제인 것이다.
어떤 문제건 그때그때 해결하고 풀지 못하면 그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리고 그 중하와 부담은 누구보다 집권당에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런 뜻에서 집권당이 구상하는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믿는다.
일체의 개혁의지가 일사불란하게 이룩되기 어려운 정부·여당 안의 사정은 짐작은 된다. 그러나 너무 좌고우면 하면 시기를 놓친다.
민정당의 「새 모습」이 험난한 개헌정국을 순리적으로 이끌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언행일치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민정당 자신을 위해서 반드시 실천해야할 덕목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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