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악재에 코스피 2000선 뚫렸다

중앙일보

입력

거대한 삼각 파도가 한국 증시를 덮쳤다. '갤럭시노트 7' 배터리 폭발로 증폭된 삼성전자 악재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북핵 위기가 겹치면서 12일 코스피는 2000선이 무너졌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장중 최고 43% 급등하기도 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당분간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이날 증시 급락세를 촉발한 방아쇠는 삼성전자가 당겼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보다 11만원(6.98%) 떨어진 14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발 충격은 바로 코스피 지수에 전달됐다. 코스피도 46.39포인트(2.28%) 하락한 1991.48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3일(1994.79)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우선주를 포함하면 232조원(보통주 208조원, 우선주 24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18%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 급락은 코스피 지수 하락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갤럭시 노트7 사태가 하반기 내내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등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SPC)의 갤럭시 노트 7 사용중지 권고 이후 현재까지 사용중지를 권고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0개국으로 늘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갤럭시 노트7을 비행기에 들고 타지 못하다 보니 환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불확실성 제거에 대한 대책이 나오면 하락을 멈추겠지만 그 전까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이익 감소가 애초 예상한 8000억원을 넘어 1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주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부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증시에는 악재다. 이미 다우지수는 출렁거렸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준 총재가 9일 매파 발언으로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금까지 경제 지표로 볼 때 점진적인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단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팀장은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신흥국 증시로 돈이 몰렸지만 지난 주말 이후 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져 유동성의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20~21일 FOMC 개최를 앞두고 전세계 증시에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당분간 시장이 반등하기 어려워진 형국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외국인 수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다만 미국 금리 인상의 가시화로 은행 업종이 최대 수혜주로 부상해 2.09% 급등했다. 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은 예대마진에서 이익을 더 낼 수 있다. 지분 매각 입찰을 앞둔 우리은행은 1만1500원까지 올랐다. 보험 업종도 금리 인상시 운용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0.12% 상승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고, 미국 금리 인상 분위기에 편승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배당 매력의 부각과 함께 외국인 매수의 개선도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추가 상승 시도를 위한 모멘텀 확인 과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코스피는 단기적으로는 추석 연휴, 그 이후로는 FOMC 열릴 때까지 변수를 확인한 뒤 방향성을 재탐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ㆍ심새롬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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