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테이프·비교육적 공연물 "홍수"|공륜심포지엄서 「어머니모니터」들 실태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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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화·연극·비디오등 외설과 폭력내용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공연물에 청소년들이 공공연히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공연윤리위원회는 27, 28일 「공연물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여기에 참가한 모니터 16명은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제주등 6개도시의 30∼50대 어머니들. 공연물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륜이 위촉한 어머니 모니터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영화연극 비디오를 보았을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히더라』고 입을 모으는 어머니들. 박향숙씨(38·대전)는 『지금까지 60편이 넘는 비디오테이프를 봤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단 한가지도 없었다』고 말한다.
오경자씨(44·서울)는 『내용은 커녕 비디오테이프 케이스만 보아도 청소년들이 좋지않은 영향을 받을성 싶은 예가 너무 흔하다』면서 『행여 자녀들이 볼세라 온가족이 잠든 뒤에야 비디오 모니터를 하는 형편』이라고 개탄.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공륜이 아직 검토하지도 않은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소문이 어린이들 사이에 파다해서 『우리도 그런거 빌어다보자』고 조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2편의 영화를 동시상영하는 극장에 가보면 우리 사회의 청소년문화환경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를 새삼 실감케 된다』는 김청신씨(49·제주). 성인용 영화와 「연소자 입장가」라는 영화를 동시 상영하면서 청소년들을 버젓이 입장시키는 극장측의 몰염치에 분개했다.
연극을 모니터하는 노순자씨(47·광주)는 『기성세대가 연극공연장에 나타나다니 웬일이냐』는 반응들이더라며 『진작 이런 공연들을 봤더라면 자녀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위 세대차로 고민하는 부모들은 요즘 청소년들이 즐기는 공연물을 함께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리라는 얘기다.
한편 박향숙씨는 『물론 저속 외설 불법비디오를 가정에서 추방하고 퇴폐·폭력영화, 비속어와 욕설 투성이의 연극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겠지만 더욱 바람직한 것은 보다 좋은 공연물을 감상할 기회를 늘리는 역할』이라며 『자칫 요즘 청소년들과의 세대차를 잊으면 문화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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