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란치의 중재 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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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서울 올림픽 참여를 협의하기 위해 10일 로잔에서 재개된 이틀간의 남-북 체육 회담이 아무런 실질적 합의 없이 끝났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회담에 나타난 몇 가지 변화를 긍정적으로 주목코자 한다.
우선 남북 당사자의 접촉을 알선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등 주선(GOOD OFFICERS)에 그쳤던 I0C가 논의의 내용에까지 개입하여 타협안을 내는 등 중개(MEDIATION))의 자세로 적극화했다는 점이다. 「사마란치」위원장이 축구의 4개조 예선 중 1개와 탁구 등의 전 과정 평양개최 및 사이클경기의 북한 출발 서울 골인을 제의한 것이 그것이다.
다음은 평양 측의 자세변화다. 북한은 23개 종목 중 11개 종목의 평양개최 주장에서 일보후퇴, 8개 종목으로 축소시켰다.
또 하나의 긍정적 변화는 남북한이 올림픽기간 동안 기자단을 포함한 올림픽 임직원 2만5천명의 서울∼평양 자유왕래에 합의했다는「사마란치」의 발표다.
이것은 북한 참여문제의 해결을 낙관케 하는 징후일 뿐 아니라 그것이 실현되면 남북장벽이 국제적으로 그만큼 낮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측의 제의는 한층 폭넓고 유연하다. 대한체육회는 일부 경기종목 분할개최 외에도 올림픽기간동안 남한에서 개최되는 문화행사와 올림픽 개·폐회식에 남-북한이 함께 참여할 것도 제의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측에 있다. 그들은 서울 올림픽을 남북한 공동개최로 하여 그 명칭을「조선올림픽(평양·서울)대회」로 하고 TV 중계료를 반반 씩 분배하며 개·폐회식도 서울과 평양에서 갖자는 억지 주장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많은 모순과 무리를 안고 있다.
IOC규정상 올림픽은 단일 도시단위로 개최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국가단위 또는 복수도시 단위로 열거나 명칭을 바꿀 수는 없다.
따라서 개·폐회식을 나눠서 하거나 여러 차례 반복해서 할 수도 없는 문제다.
TV 중계료 문제는 북한이 전 종목의 절반을 요구하던 때의 주장이므로 바뀔 가능성은 있다. 아무튼 이 문제는 할당받는 경기종목이나 시간의 분량 등에 따른 비례원칙 위에서 협의돼야 할 것이다.
북한의 참여문제가「사마란치」중재 안을 토대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 안이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닐지라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의 개선된 분위기를 바탕으로 88올림픽에 북한이 무슨 형태로든지 반드시 참여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온 겨레의 소망임을 확신한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는 단순한 체육행사나 이해의 차원을 넘어 남북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해 나간다는 보다 높은 민족문제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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