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입장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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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집안 꼬마녀석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입장권 구입신청을 했지만 아무래도 비싼 것 같습니다.』
9일 상오 서울 을지로 1가 외환은행 본점 1층 로비에 마련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입장권 판매창구 앞.
상오 9시 30분 창구가 문을 열어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3등석 표 3장을 구입한 신모씨(43·상업)는『요금이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고 투덜댔다.
창구앞에 모여든 다른 시민들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표를 사긴 사지만 한결같이 『너무 비싸다』는 반응들. 입장권 값은 가장 싼 4등석 1만원에서부터 3등석 2만원, 2등석 3만원, 1등석은 자그마치 5만원.
너무 비싼 탓인지 판매창구는 생각보다 훨씬 덜 붐비는 편.
판매 첫날 구입 신청된 좌석권도 3∼4등석이 대부분.『서민들의 얄팍한 주머니사정에 아무 거리낌없이 이만한 요금을 성큼 건네고 표를 살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읍니까.』
회사원 이모씨(34)의 말.『비싸면 집에서 TV나 보면 되지』『외국에 비하면 결코 비싼 요금이 아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채더미 속 절약이 강조되는 마당에「5만원짜리」입장권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아시안게임이 가진 자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벽촌의 농민도, 공단근로자도, 도시의 소시민도 함께 참여하는「화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면 너무 비싼(?) 탓에 대다수 서민들에게 자칫「그림의 떡」이나「남의 잔치」처럼 생각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끝내 떨칠 수 없었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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