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과 실천의 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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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당대표의 국회연설은「조속한 합의개헌」이란 대 원칙에서는 견해를 같이했으나 기대이상의 획기적인 양보나 타협의 방향제시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느낌이다.
물론 민주화를 이룩하는 방법론에서 여야는 아직 현격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헌법논의의 핵심이 되는「권력구조」에 대해 신민당이나 국민당이 대통령직선제를 주장한 반면, 민정당이 권력분산과 국회 및 정당의 활성화를 강조, 내각책임제를 선호하는 듯한 시사에서도 그런 시각 차는 역력히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가 새삼 주목해야할 점은 우리 나라의 당면과제가 민주화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공통인식이다.
누구의 말을 빌 것도 없이 현재의 시국은 중대하다. 모처럼 이룩한 타협의 분위기를 살려 합의개헌을 성취하지 못하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또 한번 반전의 수렁으로 빠져 들것이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정당의 노태우 대표도『우리 사회가 다원화·국제화되고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진데 상응해서 민주주의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고 역설했다. 이제「민주화」가 누구도 어길 수 없는「국민적 합의」며「대세」임을 이번 대표연설은 확인해 주었다.
3당대표는 아집이나 독선, 그리고 당리당략에 사로잡히지 말고 그야말로 국가적 차원에서 허심탄회하게 헌법논의에 임하자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을 보장하라』는 신민당의 주장에 민정당도『국정에 대한 국민의 발언권을 크게 강화시켜 국민을 나라의 주인이 되게 보장하는 일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응수했다. 말 그대로라면 여야는 이번 국회에서 헌특을 구성, 타협안을 내놓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3당대표가 개진한「총론」못 지 않게 중요한 것은「각 론」이다. 앞으로의 헌법논의는 대표연설이 담고 있는 전향적인 대 원칙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향에서 진전되어야 한다.
솔직히 말해 권력구조가 대통령중심제냐, 의원내각제냐는 것은 2차적 관심사에 불과하다. 국민의 보다 큰 관심거리는 완전 무결한 국민의 정부선택권과 함께 사람답게 삶을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의 보장에 모아져있다.
지금까지의 정치적 불안의 원인은 어디 있었던가. 한마디로 그것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국민적 컨센서스를 얻지 못한 채 일방적인 주장을 강요한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더욱이 정치인들의 언행불일치는 정당사이는 물론이고 국민과 정부간에 높은 불신의 벽만 쌓는 결과만을 빚었다.
더 이상 불신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다.
말만 들으면 우리 나라도 곧 민주주의가 활짝 개화할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제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말을 믿고 따를 수 있게 행동으로 이를 실천해야할 때도 되었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국민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정치풍토 속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할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언론자유의 보장이다. 민정당이 진정으로 민주정당으로서 국민적 신인을 얻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행동을 통한 의지표명이 따라야 한다.
노 대표가 말한 대로 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자율화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헌법이 고쳐지지 않은 현시점에서도 뜻만 있다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지금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민주주의 실천의지다. 그런 뜻에서 이번 3당대표연설은 언행의 괴리가 부른 불신의 벽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헌특구성을 비롯한 당면 정치현안이 순리대로 풀리고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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